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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눈물이 흘러도
  • 입상자명 : 양 요 한 경기 성남 중앙고 1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는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의 삶을 놓아버리려 했었다. 그리고 산의 도움으로 좌절했던 나를 털어버리고, 지금은 내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중학교 시절 전교 부회장을 역임하고, 나름대로 인기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시골의 기숙학교로 전학가게 되었다. 새로운 다짐과 기숙사학교라는 기대를 안고 전학한 나는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교 첫 수업 1교시는 미술수업이었다. 난생처음 미술수업시간에 조를 짜 영화를 만들게 된 나는 친구들을 따라 영화 신을 찍는 장소들을 물색하러 학교의 뒷산이자 백제의 문화재인 황화산성에 처음 가게 되었다. 그리고, 황화산성을 기억 속에 남겨놓은 채 나의 학교생활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나는 하루, 하루가 지나가면서 도시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들을 목격하였다. 학교의 짱도 아니고, 같은 키의 조금 더 힘이 센 친구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자기보다 조금 더 약한 친구들을 자기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수 아래로 취급하고 때리면서 갖은 장난을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중재에 나서기로 결심했고, 결국 그 와중에 친구들과의 의견 마찰로 학교에 전학 온 지 2주 만에 소외를 당하게 되었다. 기숙사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면 같은 반 친구들은 몰래 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학생이면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지 왜 대들어’라는 말을 했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면 같이 식사를 할 친구가 없어서 아침에는 기숙사를 빨리 나와 아무도 없을 때 밥을 먹고 나머지는 중식, 석식을 굶는 식이 허다했다. 나름대로 나의 소신이 있어 분명 잘 적응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나는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이 아닐 때면 항상 교실에 누워 있었고, 선생님이 교실에 오실 때면 자존심에 화장실에 가는 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존심도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고, 나는 남몰래 매일 눈물을 흘렸다.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을 무렵, 역시 나는 혼자 밥을 먹고 있었고, 취침시간이 되면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계속 눈물을 훔쳤다. 청소를 해도 핀잔을 받았던 그때 당시, 나는 성적으로라도 친구들에게 인정받아보고 싶다는 어린 마음에서 나는 밤잠을 설치며 공부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기말고사 첫날, 너무 긴장한 탓인지 1교시 국어시험에서 약 20~30점 상당의 서술형 답안작성을 잊은 채 답안지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미 답안지를 제출한 후였기 때문에 못 쓴 답안을 작성하게 도와달라는 나의 부탁은 반려당하고 말았고, 전에 있었던 감정이 복받쳐와 나는 시험장을 뛰쳐나가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고 싶었고, 갑자기 미술시간 때의 뒷산이 떠올라 뒷산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잔디에 주저앉아 한없이 울었다.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어린아이에게 하늘은 어찌 이렇게 무심하실 수 있냐며 자살을 할까라는 생각과 하늘에 계신 분께 한 번만 도와달라며 울부짖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멍하니 울면서 허공을 바라보던 도중, 나는 소나무와 새가 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은 적이 없는 황화산성의 나무들은 웅장하게 자신들의 가지를 뻗고 있었고,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었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아 나도 저 새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다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과 ‘날지는 못해도 소나무처럼 나도 나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닦고 두 번째 시간의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시험이 모두 끝난 후 나는 매 저녁식사 후 산책을 나왔다. 30~40분 간의 산책 도중 갈대소리는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고, 황화산성 속의 보명사라는 절의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시며 고요한 저녁노을에 배경음악을 넣어주셨다. 때로는 주먹보다도 작은 제비가 내 머리 주위를 맴돌기도 하고, 노래에서만 들어보았던 뻐꾸기소리를 직접 들어보게 되었다. 또한 자신들의 몸을 내어주어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나무들은 그 자체로서 집이었다.
방학식 전날, 바람에 흩날리는 대나무들과 다른 새들의 영역과, 땅과의 높이를 유지하며 자신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이름 모를 노랑 옷을 입은 한 마리의 새는 나에게 절제와 비상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더 높이 솟고자 하는 얇은 줄기의 죽순은 결국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주체성을 갖지 못하지만, 절제하고 자신을 더욱 멋있게 키우고자 땅속에서 기다린 죽순은 더 높게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노랑 옷을 입은 새는 자신의 색을 뽐내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자신이 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거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갈 수 있었다. 자신감 하나뿐인 내가 자칫 오만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로써 절제를 통한 겸손과, 그 바탕으로서의 비상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과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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