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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할머니 나무
  • 입상자명 : 정미경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제주 어리목 산벚나무 단풍나무 어린 것들을 제 팔뚝에 키우고 있다 늙은 줄기 붙잡고 사는 어린것들은 산벚나무를 어미라 여길까 바람이 낳은 씨앗을 받아내 싹을 틔우고 빈 젖 물려 키우는 늙은 유모 산벚나무 높은 줄기 위에 목말 태우고 둥개둥개 얼러주며 어린 단풍 두 그루를 키운다 새소리 한 술, 발아래 산그늘도 한 젓가락 오물오물 받아먹고 자란다 고사리손이 자꾸만 빈 젖을 더듬는다 젖이 돌지 않는 할망나무 지나가는 먹구름 끌어다 치대 묽은 미음 쒀 먹이는 순간 후두두 빗방울 쏟아진다 새들마저 날아간 빈 가지 어린 단풍의 시린 발등을 이끼로 덮어주며 산벚나무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늘마저 환해지는 봄날 바람에 장단 맞춰 춤추는 산벚꽃 속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한몸이 되어버린 저 단풍나무에도 다음 봄엔, 하얀 산벚꽃 피어날까 숲은 어미 없이도 그렇게 대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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