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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나무의 내력
  • 입상자명 : 서상규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숲에 꽂힌 책 한 권을 펼친다 자음과 모음의 광합성으로 푸른 음절을 엮어 잎맥을 틔운 나무에서 어머니 일대기를 읽는다 가문 살림에 발톱이 닳도록 뻗어 내린 뿌리에서 길어 올린 샘물체를 꽃잎의 입술로 흘려보낸다 나비가 날갯짓으로 넘긴 페이지에 꽃가루받이로 맺은 풋과일, 어린 것을 배곯지 않게 하려고 글씨를 또박또박 파종한 가파른 밭고랑을 잎새의 호미질로 김을 맨다 굵은 땀을 발효된 거름으로 쏟으며 행간의 땅기운을 북돋는다 온종일 노역에 무릎 저린 각운으로 늦은 저녁밥을 짓는다 식구들이 소복한 밥을 수저질 할 때 밥알이 둥둥 뜬 멀건 숭늉으로 나이테 속 공복을 달랜다 나무가 써나가는 고된 문맥에서 과일이 내재율로 과육을 부풀린다 생의 단락마다 옹이 박힌 관절로 나뭇가지가 단풍든 색연필로 밑줄을 그은 허공에 잘 영근 열매가 매달린다 마른 몸에 등줄기 굽은 어머니, 충만한 결실로 성장한 혈육을 산 너머 큰 세상으로 내보낸다 냉골인 빈방에 홀로 남겨진 나무의 낡은 표지를 가슴 시리게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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