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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추억 넘는 산
  • 입상자명 : 박보준
  • 입상회차 : 1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그녀와 헤어진 지 어느덧, 10년째로 접어들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그녀는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이리 저리 치이고 바빠서 그녀를 잊고 살았지만, 내 마음 깊은 한 구석에 그녀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어느 한 여름, 초등학교 1학년생인 내 눈에 운명처럼 그녀가 눈에 띄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 여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서로 서로 눈웃음을 주고 받고, 인사도 하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하교도 같이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의 집은 산 넘어 도심 속 아직 개발이 안 된 한 동네에 살았다. 학교가 끝나고 손을 잡고 험한 산길을 넘어간다. 모기와 날파리들이 온몸을 뜯어도 서로 쫓아 주며 건너간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좋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그 순간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산을 넘는다. 그날따라 비가 좀 많이 쏟아졌다. 질퍽질퍽한 산길을 걷는다. 비 때문에 진흙이 자꾸 튀어 옷에 묻고 신발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우산은 좁고 한 우산에 서로 좁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갔다. 시간이 점점 갈수록 비가 더 내리고 산길은 더욱 질퍽하고 미끄러워졌다. 나는 그냥 우산을 접고 비 맞으면서 뛰어가기로 작정했다. 갑자기 멈춰서 우산을 딱 접고 바지를 걷고 그녀의 손을 잡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온 몸에 진흙이 묻고 비에 홀딱 젖으며 그녀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서로 웃으며 머리를 털어주고, 그녀는 옷에 묻은 진흙을 내 얼굴에 묻히며 웃었다. 나도 묻히고 서로 묻히면서 온몸이 더러워진 채로 집에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자신의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집 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대려가 나에게 물을 뿌려주고 샤워실로 안내했다. 깨끗하게 씻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어느덧 해가 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옥상에 올라가 하늘에 수놓은 수많은 별들을 보며 수박을 베어 먹고 즐거운 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마음을 진정으로 확인했다. 그렇게 둘은 친구 그 이상으로 지내기 시작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우린 산 중턱에서 만났다. 우리 둘은 도시의 게임방이나 노래방보다 산에서 노는 것을 더 즐거워했다. 그렇게 산 중턱, 정자에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벌레들에게 몸을 뜯기면서 자연과 함께 지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냈다. 어느덧 학교 졸업을 앞둔 최고 학년이 되었다. 우리 둘은 항상 만나던 산 중턱 정상에서 슬슬 진학 문제와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장래희망은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졸업앨범도 찍고, 점점 1년이 다가고 있었다. 어느 날, 산 중턱 정자에서 그녀는 자신의 동네가 개발 확정이 되었다고 하였다. 난 눈치 없이 진심으로 기뻐했다. 개발이 되면 좋은 집이 들어서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음을 축하해줬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지냈다.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개발은 진행되었고, 우리는 중학생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져, 만나는 시간도 줄였다. 그사이, 산도 점점 깎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졸업식 날이 되었다. 나와 그녀는 졸업 사진을 같이 찍고 밥도 같이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겨울 방학, 중학생이 되기 1달을 남겨두고 갑자기 그녀가 산 중턱 정자에서 보자고 했다. 난 기쁜 마음으로 갔다. 개발로 인해 종 많이 좁아진 산길을 타고 정자에 도착하여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였고, 예전보다 훨씬 밝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그녀와 인사했다. 그렇게 밤 늦게까지 놀았다. 어두워진 중턱에서,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개발로 인해 집을 팔게 되었고, 그 자금으로 외교관이 되기 위해 더 큰 세상을 경험을 해야 된다는 가족의 결정으로 미국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이 산에서의 모든 추억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서로 고개를 푹 숙이고, 벌레들이 온몸을 뜯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난 후, 머릿속을 정리한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았고, 벌레들을 쫓아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과, 다시 만날 땐 지금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서 이 자리에서 보자는 약속을 하고, 그렇게 집 앞까지 대려다 주고, 홀로 산을 넘었다.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다시 그 정자를 보더니 나도 모르게 통곡하였다. 그렇게 힘들게 산을 넘어 집 앞에 도착하였다. 그날따라 개발된 동네의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의 집이 정말 싫었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밖에서 방황하다 집에 들어가 장을 청하였다. 꿈속에서 그녀와 있었던 모든 일이 스쳐 지나갔고, 나도 모르게 내 눈엔 눈물 몇 방울이 고여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나는 가끔 학업 스트레스가 쌓이고 학교생활이 힘이 들 때 추억이 담긴 그 산에 간다. 흙도 만져보고, 비오는 날 우리가 밟았던 땅도 밟아본다. 그리고 정자를 보면서 그녀를 생각한다. 어느새 개발이 다된 그녀의 동네를 보며 추억에 잠겨보기도 한다. 20살이 되면 오겠다는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녀를 기다리며, 멋진 사람이 되어서 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도록 오늘도 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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