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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번진다
  • 입상자명 : 이진환
  • 입상회차 : 21회
  • 소속 :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제 21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일반부/시수필부문 일반주제 최우수상

이진환님의 나무는 번진다

<나무는 번진다>

빈 가지엔 허공뿐일까

농밀한 채색을 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던 산천이
붉은 기운에 머문 잠시

찬 기운이 거두어가는 땀 밴 자리에
보이지 않는 잎새를 준비하는 나뭇가지를 보고서야 혹독한 겸손을 본다

눈발 서럽게 덮어오는 빈 몸에도
우듬지의 묵묵함이 노을과 함께 내려앉는 새들의 둥지가 되고
밑동의 후덕함이 어스름과 함께 기어드는 것들의 거처가 된다

나서지 못하는 걸음을 두고
시름 깊은 날엔 강을 대신 흘려보내고
좋은 날은 구경삼아 구름을 대신으로 산하를 굽어보며
무심하여 헐벗을까 빈자리마다 다독이는
여린 뿌리들이 키 높이에도 어깨를 하고 내딛는 소란이 치열하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바람몰이가 성장의 통점이 되어
빈 가지를 말아쥔 뿌리의 힘이
한 점씩 옮아오는 냉기를 떼어내며 결핍에 겨운 나이테를 돌아 나올 때
침 마른 호흡은 수액에 감춘 새싹의 맥박이다

방정식의 삶이 아닌,
생명의 근원인 바닥의 함수로 자연에 순응하는
나무는 우연이 아닌 필연의 협연으로 조화를 이루는 산천을 갖는다

나무는 번진다

나무를 감싸고 계곡을 건너는 바람에 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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