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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뿌리의 반경
  • 입상자명 : 이정희
  • 입상회차 : 20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나무들은 흔들리는 반경만큼
뿌리를 뻗는다.
흔들리는 반경은 나무들의 사회
그 안에 이웃이 있고 음지와 양지를 배치하며
태양의 입사각을 준비한다
새순을 밀어 올리는 일도
알고 보면 철저한 교육 뒤끝인 셈이다
어느 쪽도 편애하지 않고
둥근 지구를 닮은 반경에 순응하라는
바람교육헌장을 배우는 것이다
숲엔 나뭇가지들이 미명처럼 긁어놓은
생채기들이 맑은 날에는 다 보인다.
수없이 바스락거리며 주고받던 귓속말
뿌리의 비명인 듯 말줄임표
바람 길에 납작 엎드린 빠른 체념
어느 땅속도 알고 보면 우주의 한 귀퉁이쯤
뿌리들의 사회가 아닌 곳이 없다

말도 반경을 가진다
햇살 같은 말은 샌들 바깥으로 튀어나온
발가락을 간질이고 봉인지 뜯긴 소문은
반경을 한참이나 벗어나지만
흔들리다 다시 중심을 찾는 반경들은
살짝만 비틀면 서로 겹치기 일쑤다
바람의 입김에 맞서는 뿌리가 없듯
늘 그 반경 안에 발을 묻고 있다
하물며 지구와 달도 중력이라는 반경을
굳게 믿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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