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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자연이 들려주는 기분 좋은 속삭임
  • 입상자명 : 최 송 희 충북 충주 예성여중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이른 아침, 상쾌한 마음으로 올랐던 뒷산에서의 시간은 어느새 오후가 되어 붉은 노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방울토마토를 따먹으며 달콤함을 느끼고, 텃밭 옆에 얕게 흐르고 있는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다 보니 여름의 더위마저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듯하다.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냇물과 코끝으로 스며드는 뿌리 깊은 나무의 향내에 나도 몰래 기분 좋은 미소를 입가에 지어낸다.
사람은 자연과 함께해야만 살 수 있다고 언젠가 외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증조할머니께서 지내셨던 상주의 ‘황토 집’은 지금의 우리 가족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다.
4년 전, 온 가족이 넓은 마당에 모여 황토로 집을 정성껏 만든 그때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주 볼 수 없었던 먼 가족들과의 정도 쌓으며 어느새 완성된 ‘황토 집’의 모습을 볼 때는 황토 빛의 멋진 집의 모습에 뿌듯했던 기쁨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곳에서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방학이 되면 항상 찾아가는 가족들만의 황토 집에는 눈웃음을 지어주시던 증조할머니께서 계시지는 않아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과 마당을 꽉 채워주는 자연의 경치에 피곤했던 마음도 푸른 빛을 되찾은 것 같다.
외할아버지께서는 5년 전, 암이라는 병을 앓으시고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계신 적이 있으셨다. 그렇지만, 지금의 외할아버지께서는 하루라도 빠지는 날 없이 틈만 나면, 뒷산에 올라가셔서 항상 맛있는 자연산 보양식을 가져오신다.
외할아버지의 큰 병이 나을 수 있었던 것은 병원에서의 약뿐만 아니라, 외할머니의 마음과 자연에게서 받은 소중한 약이 있기에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실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집은 서울 중심가에 있는 고층 아파트이다. 하지만, 매년 봄이 되고 가을이 올 때까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는 상주에 있는 ‘황토 집’으로 가신다. 그리고,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면 큰 상자 안에 직접 재배한 꿀, 사과, 배, 그리고 나물들까지, 손수 쓰신 편지 한 장과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과 사랑을 듬뿍 담아 택배로 보내 주신다.
그럴 때면, 더위에 피곤한 몸을 활기차게 해주고,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참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외할아버지의 자연산 보양식은 마당에서 재배한 고소한 콩과 참깨, 쑥이다. 고소한 검은 콩가루를 우유와 섞어 먹으면 혈액순환도 도와주고, 몸 안의 필요 없는 노폐물까지 내보내어 주니 그야말로 외할아버지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황토 집’에서의 저녁밥은 분위기 좋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보다 훨씬 맛있고 즐겁다.
논두렁에서 잡아온 올갱이와 뒷산에서 뜯어온 산나물, 2년 동안 숙성시킨 된장의 조화는 나와 동생을 놀라게 했고,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끼리 나누어 받은 찹쌀밥과 외할머니의 손맛이 깃들여진 땅속 묵은 김치는 군침을 돌게 했다.
방문을 열면 유난히 빛나 보이는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의 경치와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소리, 내 발 밑에서 울고 있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잊게 해준다.
그리고 잠시 동안 답답했던 가슴을 깨끗한 바람으로 채워주는 듯 알 수 없는 행복함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항상 ‘황토 집’을 들릴 때면 나 혼자 마당 가운데에 있는 마루에 이불을 펴고 밤하늘에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면, 마치 별과 내가 하나가 된 듯이 그 속에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연 속의 산은 사람에게 항상 좋은 것을 선물해 준다. 하지만, 나는 자연의 고마움을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다.
숲길을 걸을 때의 시원함, 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는 즐거움, 흘러가는 냇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깨끗함은 괜스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시간이 지나 내가 성숙한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산 아래 모여 있는 작은 마을에 집 하나를 짓고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 넓은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항상 푸른 산처럼, 내 마음도 푸르게 가꾸어 나가고 싶다. 외할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준 자연산 보양식의 위대함, 나를 기쁘게 해주는 자연의 속삭임은 오랫동안 가슴속 깊이 남아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따사로운 햇빛이 비추어지는 요즘, 외할아버지의 택배 한 상자가 우리 집에 도착했다. 지난 여름방학을 맞이해 들렀던 상주의 ‘황토 집’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곱게 접혀져 있는 외할아버지의 글씨와 함께 상자 가득 메워져 있는 과일, 자연산 보양식, 외할아버지의 마음에 ‘황토 집’ 마당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으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고운 웃음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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