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블록 깔린 보도에서
돌멩이 홀로 앙상한 흙길로 내려왔다.
도련님 장원급제 소식에 한숨에 달려가는 방자
생선 풀러 굽이굽이 산 고개 겨우 넘어가는 삼돌이
나랏님 명 받잡아 이랴이랴 말 달리는 김 장군
그 숨결이 뺨에 닿는 길을 걸었다.
한 걸음에 너삼
두 걸음에 느타리,
세 걸음에 속새,
넷에는 도토리.
뿐만이냐
어떤 사이다보다 청량한 공기도
미란다 커보다 쭉 뻗은 소나무도
정수기 얼음보다도 더 투명한
맑은 계곡물도 흘렀다.
철 맞춰 가지쳐낸
지천의 관목보다
쭉쭉 뻗어 자라 하늘을 뒤덮은
금강 소나무가 되길,
수세기가 지나고도 변함없이
그 위용을 그대로, 아니 더 깊어져만 가는
오백년 송을 우러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