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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 입상자명 : 박수빈
  • 입상회차 : 1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지난 여름방학 때였다. 나는 여름방학 숙제로 선생님께서 내주신 여러 가지 과제 중에서 세 가지를 골라야 했다.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숙제에 비해 참으로 간단해 보이는 숙제가 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바로 “산에 올라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란 숙제였다.
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놀러간 김에 숙제를 하기로 마음먹고 뒷산에 올랐다. 막상 꽃과 나무에게 말을 걸어보려니 쑥스러워서 말이 안 떨어졌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야 했다. 왜냐하면 꽃과 나무에게 말만 걸기만 하면 숙제 하나는 완성하는 것이니 말이다. 침을 꿀꺽 삼키며 용기를 내기로 했다.
우선 제일 먼저 만난 나무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용기를 내기로 다짐했지만 나무에게 말 걸기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쑥스러운 기분은 여전하였다. 얼굴이 빨개지고, 귀가 뜨거워지고, 두근두근 거렸다.
“나무야, 넌 참 키가 크구나. 나도 너처럼 키가 컸으면 좋겠어. 너 참 멋지다.”
조금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나서 나무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이상하게도 전에 산에 올라 놀 때 한 번쯤은 봤을 나무인데 오늘은 다르게 보였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크신 선생님께서 나를 내려다보실 때의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따뜻한 미소와 함께 칭찬을 해주실 때의 느낌 말이다.
이제 용기가 났다. 더 이상 침을 삼키지 않아도 꽃에게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꽃아, 너는 이름이 뭐니? 넌 참 예쁘구나!”
아까 나무에게는 나를 칭찬해주시는 자상한 선생님이 떠올려졌다면, 꽃은 달랐다. 꽃에게는 학년이 바뀌어 만나게 된 얼굴이 아주 예쁜 여자 친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 같은 반이 아니어도 복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이름은 몰랐던 친구 말이다.
이젠 아까의 쑥스러움이 어느새 사라지고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나무에게도, 꽃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졌고, 더 많은 얘기가 하고 싶어졌다.
‘꽃과 나무에게 내가 말을 걸다니……. 참 기분이 좋다. 이런 기분이구나!’
선생님께서 내주신 방학숙제가 아니었으면 나는 꽃과 나무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숙제라 고른 것인데 재미도 있었고, 꽃과 나무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게 되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도 할아버지 댁의 뒷산에 올라 꽃과 나무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그동안 학교 다니며 재미있었던 이야기도 들려주고,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도 들려주어야겠다.
그날 꽃과 나무는 내 얘길 잘 들었겠지. 꽃과 나무도 내가 그랬던 것만큼 내가 반가웠을지 궁금하다. 어서 내가 와서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꽃과 나무야, 잘 지내고 있어. 다음에 또 올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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