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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봄 나물
  • 입상자명 : 김지현
  • 입상회차 : 11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학교 갔다오니 배가 고팠다. 눈에 보이는 음식은 모두 입으로 던져넣을 것 같았다.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
“음~~ 통닭? 피자? 아구찜? 돈까스? 오리훈제? 떡갈비?”
이름을 한 번씩 외칠 때마다 음식들이 그림처럼 주루룩~내 앞에 떠올랐다. 맛 좋은 내음이 내 코를 벌렁벌렁하게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엄마허리를 껴안았다.
“엄마? 이 중에서 뭐죠?”
“흠~이 중에는 없는 것 같은데?”
“어라~ 이 중에 없는 아주 특별한 음식? 혹시 제비집 요리? 사향고양이가 싼 똥에서 건진 코피 루야?”
나는 배고픈 것도 잠시 잊고 엄마와 퀴즈게임에 빠졌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내 귓가에 속사였다.
“봄.나.물!”
“에이~~그건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이잖아요!”
“그래? 올해는 아직 맛도 안 봤잖니? 먹어보지도 않고 어찌 그리 잘아누!”
엄마는 내가 얼마나 실망하는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셨다.
“싫어요. 차라리 굶는게 낫겠어요.”
“그래? 다른 식구 몫이 늘겠구나.”
엄마는 날 무시하고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마치 팥쥐 엄마같다.
조금 있으니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된장 끓는 소리가 나고 고소한 냄새가 내 방까지 흘러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저녁 먹자~~ 맛있는 봄나물 비빔밥이다!”
내 발걸음은 어느새 식탁으로 향했다. 엄마는 특별 도자기 접시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갖가지 봄나물을 얹으셨다. 홀잎, 취나물, 돈나물, 미역취...... 그 위에 고소한 참기름과 자박자박 된장을 끼얹었다. 엄마가 계량 전용 나무숟가락으로 밥을 비볐다.
한입 먹는 순간, 꿀맛 그 이상이었다.
“맛있지?”
“예~~ 엄마 말씀이 맞았어요. 정말 맛있어요.”
“그럼, 이들은 모두 겨울을 견디고 새 순을 틔운 여리디 여린 나물이란다. 사람들에게 좋은 맛을 보여주려고 일찍 돋은 부지런한 나물들이지. 뿌리는 남겨두고 한 잎 두 잎 뜯어왔으니 곧 새로운 순을 틔울거야.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단풍잎 무성한 가을을 지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뿌리의 수고를 알아야 한다. 그 뿌리들이 틔운 새 봄의 새 순으로 이렇게 향그런 나물을 주는구나.”
역시 엄마는 식물 박사답다. 엄마는 식물도 뿌리째 캐지 않고 잎만 조금씩 뜯어먹어야 한단다. 향긋한 봄나물을 선물하는 식물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가져야 한단다.
나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저녁을 먹은 기분이다. 맛도 맛이지만 엄마 말씀 속에 담긴 나물의 의미가 내 마음 속에서 내 입 속에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식물들이야말로 우리에게 봄맛을 선물하는 첫 번째 대상이다. 채식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식물은 또 알맞은 가지치기와 솎아내기를 해야 잘 자란다. 이런것이 모두 자연의 순환이다.
우리 몸속에도 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한 것처럼 식물의 세계에서도 순환이 꼭 필요하니까.
엄마는 지혜와 감사의 마음으로 봄나물을 무쳐 가족들에게 참 좋은 봄맛을 주셨다. 나도 고마운 마음으로 식물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아끼고 사랑하는 행동으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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