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입선 고향으로 돌아간 장수풍뎅이
  • 입상자명 : 제 갈 갑 성 경남 창원 호계초 6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마트에 갔다가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동반동물을 판매하는 곳에 갔다. 거북이, 금붕어, 고슴도치, 햄스터, 이구아나… 많은 동물들을 구경한다고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어떤 아이는 소라게를 사겠다고 챙기고, 어떤 아이는 엄마한테 금붕어를 사 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나는 어항에서 아이들에게 팔릴 날을 기다리는 동반동물이 조금 불쌍해졌다. 저들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어느 집에 팔려가서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랄까? 처음엔 관심을 받다가 좀 있으면 외면당하고 외롭게 버려질까? 아니지, 저들은 사람들과 같이 살려고 태어났으니 키워줄 사람들 기다릴 거야. 지난겨울, 바닷가에서 장수풍뎅이 한 마리를 보았다.
“엄마, 장수풍뎅이를 잡았어요.”
“아이고, 또 야단났네. 어떻게 키울래? 그냥 날려 보내렴.”
“아니에요, 제가 잘 키울게요. 예전부터 장수풍뎅이 기르고 싶었어요. 제 친구들 중에 애완동물 키우는 애들이 많단 말이에요.”
나는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엄마도 지지 않으셨다.
“곤충은 야생에서 사는 것이 좋단다. 너희들도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혼자 살고 싶겠니?”
“좀 키우다가 숲으로 돌려보낼게요.”
“가둬서 키우면 야생성을 잃어버려서 안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장수풍뎅이 키우기가 유행이란 말이에요. 엄마는 뭘 모르면서 반대만 하세요.”
“갑성아, 동물이 무슨 물건이냐? 유행을 따지게~~.”
“꼭 키우고 싶단 말이에요. 관찰일기도 쓰고, 암놈도 한 마리 구해서 같이 키울게요.”
내가 끈질기게 설득하여 장수풍뎅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집과 곤충용 톱밥 젤리를 샀다.
드디어 장수풍뎅이는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날마다 들여다보면서 젤리도 주고 물도 뿌렸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점점 관심이 멀어졌다. 밥 주는 것을 잊을 때마다 엄마가 장수풍뎅이를 챙겼다. 톱밥 속에서 장수풍뎅이는 점점 자라 어른이 되어갔다. 어느 일요일, 나는 장수풍뎅이를 살피고 있었다.
“이제 숲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처음에는 잘 키울 것처럼 야단이더니 며칠 지나자마자 잊어버렸지 않았니? 아이들이 곤충이나 동반동물을 좋아하지만 키우는 것은 어렵단다. 그러니까 키우려고 마음을 먹을 때는 계획성 있게 확실히 해야지. 너희들이 밥을 먹는 것처럼, 학교에 가는 것처럼, 날마다 규칙적으로 돌봐야 하는 거란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한테 미안한 것이 아니라 장수풍뎅이에게 미안해해야지. 그날 바닷가에서 너희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장수풍뎅이도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야. 너희들이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은 맘 때문에 데려오기는 했지만 엄마는 항상 미안하고 불쌍한 마음이었단다. 동물들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성을 좋아하지. 이렇게 좁은 데 갇혀서 행복했겠니?” 우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장수풍뎅이 집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갇혀 있던 장수풍뎅이는 나는 법을 잊어버렸는지 꼼짝 않고 있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드디어 장수풍뎅이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을 졸이다가 박수를 쳤다. 장수풍뎅이는 참나무를 향하여 천천히 걸어갔다. 우리 가족의 바람도 참나무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장수풍뎅이가 다른 가족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가두어놓고 잘 돌보지 않은 우리의 나쁜 생각과 마음을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쯤 장수풍뎅이는 참나무에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