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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나무에게 청진기를 대면!
  • 입상자명 : 정 호 정 경남 함안 가야초 6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봄이 화사하게 피어날 준비를 마치고 봉오리를 맺을 때 즈음, 나는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 숲 학교를 방문했다. 한참 동안 날씨가 변덕을 부려 한동안 걱정이 맴돌았지만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버스가 이리 덜컹, 저리 덜컹거려도 아무 상관없는 듯 달리는 버스 안은 시끌벅적했다. 나와 같이 앉은 여자 아이는 낯을 가리는지 도착할 때까지 단 한마디도 건네주지 않았다.
지리산에 도착하니 숲 해설가 님은 총 4명으로 거의 통통한 체격이었는데 유독 빼빼 마른 아주머니가 있었다. 팀을 가를 때 나는 재빨리 그 팀에 쏘옥 들어갔다. 빼빼 말라 산을 오를 때 뭔가 느긋하게 우리를 이끌어주실 것 같았다.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 팀 숲 해설가님은 산을 아주 잘 올랐다. 조금도 힘든 기색 없이 척척 발걸음을 내딛는데 나는 숨이 헉헉 차올라 죽는 줄 알았다. 경사가 있어 무릎도 삐그덕 대는 것 같았다.
“산 진짜 잘 타신다.… 부럽다 그치?”
소근소근 우리끼리 탄성을 내질렀다. 우리가 산을 못 탄 것일 수도 있지만 정말 부러웠다. 숲 해설가 님은 어린 동생들 손을 잡고 위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다시 올라가는 걸 반복하셨다.
한참을 올라가자, 쏴아아 하는 폭포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잠시 멈춰서 설명을 해 주셨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방사한 거 다들 알 거야. 지금쯤 겨울잠에서 깨어났을까?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숲 해설가 님은 동생들에게 장난스레 겁을 주시고는 다시 산을 오르셨다. 얼마 더 가자 작은 오솔길이 나왔는데 지금부터 여러 약초와 식물에 대해 설명할 거라며 우리를 이끌었다. 여러 약초들을 보았는데 먹을 수 있는 것은 하나씩 따먹으며 갔다.
식물끼리도 사촌지간이 있단 사실도 알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식물이 있는데, 바로 조선시대 때 사약을 만드는데 사용한 독초였다. 절대로 저건 먹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들에게 강조했다. 조금 더 가자 톱밥이 깔려져 있는 오솔길이 또 나왔다. 흩어진 톱밥을 보며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 쫑이의 이갈이 나무로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위로 걸어보니 바스락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냄새가 풍겨왔다. 상쾌하고 기분 좋은 냄새였다. 숲 해설가 님은 큰 소나무 앞에 서시더니 청진기를 꺼내 드셨다.
“뭐예요, 선생님? 나무들 진찰이라도 하시게요?”
“어, 청진기네. 뭐 하실려구요?”
“나무의 심장소리를 들을 거야. 엄청 신기할걸?”
우리들은 우르르 몰려 서로 들으려고 했다. 간신히 줄을 세워 내가 3번째로 듣게 되었다.
제일 밑에 청진기를 대어 보니 꾸루룩하는 소리가 났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청진기를 위로 옮길수록 소리가 약해졌다.
“선생님, 이건 물소리 아니에요? 신기하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고, 순환하는 소리야. 좀 웃기지?”
“꾸루룩하는 게 꼭 배고플 때 나는 소리 같아요!”
우리는 나무의 신기한 심장소리를 듣고 한껏 들떴다. 다시 걸어다니며 나무에 대해 배우고, 냇가에서 조그마한 새우도 봤다. 그렇게 재미있는 체험을 하고 내려와 보니 다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 늦은 듯했다.
“아~~ 배고파라. 내 도시락!!”
우리는 재빨리 뛰어와 싸온 도시락을 풀어 서로 나눠 먹었다. 포도, 토마토 같은 과일들도 보였다. 허기졌던 우리들은 단숨에 도시락을 해치워 버렸다. 밥을 든든하게 먹고 우리는 일어나 숲 해설가 님께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지리산에 살고 있을 반달가슴곰과 나무들, 약초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던 폭포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지리산 친구들! 우리처럼 심장이 뛰는 나무들,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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