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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숲은 우리의 거친 마음을 담아주는 통조림
  • 입상자명 : 임 경 빈 대전 만년중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는 중학교 입학과 함께 사춘기가 찾아와 주위 분들에게 많은 걱정과 근심을 드렸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많아지고, 친한 친구 몇몇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멀리하게 되었고, 부모님께서 아무리 좋은 말씀을 하셔도 내 귀엔 간섭으로 여겨졌다. 내 방에 틀어박혀 공상과 쓸데없는 잡념에 휩싸여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이런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성격이 외골수로 변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이고 말수가 줄어들었고 목표를 잃고 방황의 연속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은 물론 주위 분들께서 사춘기가 왔다며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이런 말씀을 듣는 순간 더 짜증이 나고 반항 같은 본능이 내 몸속에서 표출되었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하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내 모습이 걱정이 되었다. 성인이 되는 과정 중에 중학교 시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누차 어른들과 선생님, 책 등에서 터득하고 있던 터라 이런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직 자아실현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스스로 해결하기란 무리였다. 마음속으로는 애타게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였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조차 잊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시던 부모님은 속상하고 안타까워하셨다.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지나도 아들의 행동과 모습은 변화되지 않고 점점 심해져 가는 모습에 부모님도 불안하기는 나와 마찬가지였다. 내심 성숙되어가는 모습을 기대하셨던 부모님은 기대와 달리 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찾을 수 없어 획기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느끼셨다.
어느 가을날 아버님은 가족여행을 제안하셨다. 가족여행은 핑계였고, 가족여행을 통해서 아들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나에게 방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했다. 여행을 통해 지난날 나약했던 모습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면서 앞으로 나의 새로운 꿈을 마음속에 다시 그려 넣어, 삶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활력 있는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의 제안에 못 이기는 체 하고 따르기로 하였다.
여행지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분이 운영하시는 계룡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밤나무 농장 <숲>에서 2박 3일간 캠핑하면서 밤 수확을 도와드리고 가족과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친구 분은 같이 집에서 지내자고 말씀하셨지만 가족끼리 많은 대화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정을 듬뿍 느끼고 싶어 아버지는 밤나무 숲에서 잠을 자고, 친구 분 댁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사전 약속을 하고 가족은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농장에 도착하니 동네 전체가 밤나무 농장으로 둘러싸였다.
친구 분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주셨다. 공주지역은 일조량과 서늘한 기후로 밤 생산의 최적지이며 밤 생산량이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한다. 친구 분께서 운영하는 밤나무 농장은 처음에 소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산이었다. 그런데 이십여 년 전에 산불이 크게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어 벌거숭이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 산림조합의 도움으로 밤나무단지를 만들어 밤을 생산하였고, 밤나무가 지역의 환경과 기후요건과 맞아 떨어지면서 지역주민들이 밤나무를 하나둘씩 심어 밤나무 숲을 만드는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밤나무 숲이 전국 최대 규모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가족은 밤나무 숲 중에서 가장 울창하고 평탄한 지역에 스티로폼과 나무를 깔고 텐트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비올 것을 대비해서 수로를 만들고 식구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텐트 안을 안락하게 꾸몄다. 나는 난생처음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마을이 산 아래에 위치한 지역이라서 낮이 짧았다. 가족은 저녁 식사를 일찍 끝내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 안은 가족의 온기로 따뜻하였다. 이런 분위기에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텐트 밖에는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가 합창을 하고 밤하늘에는 밤나무 사이로 별들이 영롱하고 밝게 떠올라 도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고요하고 사랑이 넘치는 텐트 안은 머리도 맑아지고, 여유와 사랑이 넘쳤다. 가족 간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대화가 펼쳐졌다.
도심 속의 생활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형식적인 생활이었다. 시골 아침은 도심보다 빨리 시작되었다. 밤을 수확하면서 밤송이에 머리를 맞고 넘어지고 가족들끼리 어울리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또 밤나무 숲에서 수확의 기쁨과 땀을 흘리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내 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꿈을 새롭게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함께 가족의 사랑에 감사하는 소중한 마음을 밤나무 숲은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 밤나무 숲은 거친 내 마음을 전부 받아주고 나를 새롭게 탄생시켜 나답게 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우리 가족은 계획된 일정을 모두 끝내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큰 결실을 얻었다. 자연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고 내가 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에서 배운 뜻 깊은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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