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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Oxygen War
  • 입상자명 : 최 현 진 충남 당진 호서중 2-3
  • 입상회차 : 5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 내가 있는 이 곳, 어두운 지하실 안. 나는 이곳이 정말 싫다. 하지만 정말 싫은 존재는 나의 얼굴을 반이나 덥고 있는 갑갑한 산소 호흡기다. 그때 옆에서 무엇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려 그 쪽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 것도 아주 비아냥거리는, 정신나간 목소리로 웃으며.

    “크크큭, 여기는 모랫빛 지구, 곧 신의 심판이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내려지리.”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지극히 맞는 말이었다. 멀지 않은 과거의 시간, 어리석은 인간들은 처참하게 숲을 파괴해 나갔다. 인류가 나타나기 수천 년 전부터 지구라는 행성에 생존했던 숲을,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인간들은 숲과 자연을 파괴해 나갔고, 결국은 산소 부족이라는 결과까지 부르게 되었다. 과학자라는 작자들은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값으로 산소를 팔아넘겼고, 덕분에 일반 서민층에는 산소 공급이 힘들었다. 반대로 상류층에는 산소가 넘쳐나는 지경이었다. 얼마 안가 전 세계 인구는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극 상류층만이 여유롭게 숨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나는 세상이 싫다. 아니, 세상이라기보다는 이미 모랫덩이에 불과한 지구가 싫다는 게 맞는 말 일지도 모른다.

    시계가 12시를 가리켰다. 조금 있으면 반란이 시작된다. 지하실 안의 사람들은 서서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그 무리 중 한명이었다. 지하실의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지상으로의 한 발자국을 내밀었다. 지상의 모습은 정말 놀랍도록 변해이었다. 이제 전쟁은 시작된다. 반란군들은 조심히, 그리고 빠르게 나아갔다. 가는 길에 나는 어린 소나무로 추정되는 나무를 보았다. 이미 말라버려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곧이어 반란군들은 둘로 나누어 한쪽은 과학자들을, 다른 한쪽은 골프장이니 뭐니 하며 자연으로 자기 배를 채운 자들을 맡았다. 그들을 정의를 외치며 돌격해 나아갔다.

    전쟁의 결과는 정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니, ‘정의’라기 보다는 ‘정의’라는 단어로 과대포장된 불평등에 대한 가진 것 없는 자들의 불만과 욕심일 것이다. 과학자들과 그 외 다른 생명체는 어딜 갔는지 바닥엔 시체만이 있을 뿐 이었다. 반란파들의 인원도 반 이상 줄었다. 전쟁은 끝이 난 걸까? 평화는? 평등은?

    나는 살아남은 그들을 살펴보았다. 나는 그들을 보고 등골이 섬뜩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이성’이란 제어성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저 ‘광기’라고 하는 것이 베어있을 뿐 이었다. 그들은 곧 죽은 자들의 거처에 있던 음식을 먹어 대기 시작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그 곳에서, 미친 듯이 웃어대며.

    구역질이 났다. 위와 창자가 불협화음에 맞춰 춤이라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 나뿐인가! 나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 뛰쳐나와 어느 과학기지로 접어들었다.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돌렸다.

    “탁- ”

    그 소리와 함께 발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꼭 사람의 손 같은. 나는 심장이 2cm 추락함을 느꼈지만 용기를 내어 아래를 내려 보았다. 그곳엔 하얀 가운에 붉은 선혈이 돋보이는, 과학자로 보이는 늙은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를 부축해 제대로 앉혀 주었다.

    “괜찮다면, 이 늙은이 저승길가기 전에 말동무가 되어주지 않겠나?”

    나는 그의 애처로운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 인류는 이미 희망을 잃어버렸어. ‘인간’이라고 하는 한낱 생물이 지구를 제 2의 화성으로 만들어 버렸어. 물론 그것이 진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네만. 어쩌면‘인간’은 지구에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지도 몰라. 약 30분 후면 지구에서 인간은 멸망할걸세. 이미 전 세계의 핵 폭파장치가 가동되었네. 더 이상 살아봤자 인간은….”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이내 그의 심장은 서서히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곧이어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인생의 마지막을, 그때 그 소나무 곁에서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마침내 그 소나무 곁에 다다르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힘들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누워 쉬고 싶다. 곧이어 나의 육체는 수직 하강하듯, 미끄러졌다.

    이제, 다 끝난 걸까, 지구도, 그리고 인간으로써 나의 인생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걸까? 인간이 자연을 업신여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니면, 자기 배를 채우려 무분별하게 산림을 파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자연의 소중함을 망각했을 때부터? 어쨌든, 인간은 1억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마감하고 사멸되는 것 이겠지. 그리고 인간 다음에는 또 다른 생물이 ‘지구’라는 행성에 살게 되고, 또 사멸하고, 또 다른 생물이 나타나겠지. 인간의 다음 대에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구야, 안녕.

    그의 마지막을 앙상하게 말라버린 어린 소나무만이 지켜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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