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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父子를 다시 이어준 뜻 깊은 산행
  • 입상자명 : 제 서 환 경남 남해 남해고 2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서 잠깐 자고는 다시 학교에 가는, 반복적인 지루한 일상들…. 그 무미건조한 삶에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고, 특히 밤늦게 들어오시고 새벽 일찍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와는 알게 모르게 거리감마저 생겨버렸다.
오늘도 어김 없이 그런 일상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초인종을 ‘띵동’ 하고 누르고 들어오는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대답을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하시는 것이 아닌가. ‘오냐, 공부 열심히 하고 왔느냐?’ ‘네, 아버지.’ 왠지 모를 어색함에 나는 대화를 하면서도 내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함께 공도 차고 등산도 같이하던 그런 아버지.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일을 함께 할 수 없었다. 아버지도 나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다시 나를 부르셨다. ‘서환아.’ ‘네. 아버지.’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있느냐?’ 다음 주에 수행평가도 있고 쪽지시험도 봐서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대뜸 ‘아니요.’ 하고 거절해 버렸다. 아버지는 이유를 묻지 않으셨다. 아버지 역시 ‘나와 같은 어색함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 연유가 궁금했다. ‘아버지, 그런데 왜 물어 보셨어요?’ ‘응, 우리 아들하고 예전처럼 등산이나 한번 하려고.’
순간, 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예전의 즐거웠던 추억을 마음 한편에 간직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아버지가 나와의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말 노력하고 계시는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도 바쁘다는 핑계 하나로 아버지의 그 깊은 생각을 거절해 버린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버지, 그냥 같이 산에 가요.’ 다시 대답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의 5년 가까이 함께 여행한 적이 없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고맙다. 내일이 노는 토요일이니깐 함께 올라갈까? 그날이 아빠 쉬는 날인데….’ ‘네.’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내 방에 들어갔다. 아버지와 이렇게 대화를 길게 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내가 먼저 말을 건 것은 더더욱. 방문을 닫고서도 심장이 계속 쿵쾅거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즐거웠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설렘과 동시에 ‘내일 아버지와 함께 즐거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살며시 들었다.
아버지와의 정말 오래간만의 등산 약속 때문이었을까. 평소 7시에 깨워도 못 일어나던 내가 휴일인 오늘 6시에 스스로 일어났다. 조금 빨리 일어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아버지께서 짐을 꾸리고 계셨다. 아침을 일찍 먹고 아버지와 단 둘이 등산을 떠났다.
등산로는 우리 고장에서 제일 유명한 금산. 높이가 600여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버지, 조금 낮지 않나요.’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 그리고 금산은 등산로도 잘 되어 있지 않니.’라고 하셨다. 드디어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금산에 도착했다. 아버지와의 짧은 대화 한 마디 없이 버스에서 30분을 함께 보내니, 마치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100m 정도 올라갔을 무렵 벌써부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제 반쯤 올라왔나요? ’ ‘왜, 힘드냐? ’ ‘아니요. 조금 덥네요.’ 순간, 멋쩍어서 아버지와 나 모두 ‘허허’하고 웃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많아진 것이다. 학교생활에 관한 대화에서부터 이성문제까지 아버지께 모두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 비밀을 꼭 지켜주는 친한 친구를 한 명 더 얻은 느낌이었다. 아버지께 ‘아직도 축구를 좋아하세요?’하고 여쭤보자, ‘그럼 다음 주말엔 공이나 한번 찰까?’하고 농담하셔서 서로 크게 웃었다.
이제 해가 높게 떠서 우리를 밝게 비추었다. 순간 너무 행복했다. 산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 마시며 아버지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활짝 웃으며 잘 모르는 우리들에게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를 해줘서 마음이 더욱 훈훈했다.
이제 산 중턱을 넘어 어느새 정상으로 오르고 있었다. 중턱쯤부터 다리가 아파 아버지께 말씀 드렸더니 ‘요즘 애들은 너무 공부, 공부 하다보니 삶에 여유가 없어.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약해지는걸. 앞으로는 너무 공부만 하지 말고 운동도 좀 겸하거라.’ 하셨다.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초등학생때는 지리산을 오를 때도 아무 말 없이 잘 올라갔는데, 고등학생이 된 이제는 그 반도 안 되는 금산도 못 올라간다니, 정말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드디어 이제 산 정상에 다다랐다.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갈쯤엔 아버지와의 거리감이 거의 해소됨을 느꼈다. 대화를 하면서 ‘와, 내가 말이 정말 많네!’ 할 정도로 오늘 아버지와의 이 짧은 산행이 나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집에 돌아올 때 올라탄 버스에서 ‘내가 아버지께 미리 말씀드려서 예전부터 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나는 잠깐 곤히 잠드신 아버지에게 ‘아버지, 우리 다음 주말에도 등산가요.’라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기쁜 꿈을 꾸시는지 아버지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번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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