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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풀 한포기 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무나
  • 입상자명 : 변 다 혜 경기 평택 송탄여고 1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할머니가 고추밭 흙길을 걸으며 그랬다.
옛날엔 옆집앞집 마당에다 다 고추를 길렀단다.
‘난 토마토가 더 좋다.’
토마토도 길렀지, 토마토뿐이겄냐. 호박도 길렀단다. 오이도 기르고,
호박이 늙으면 속은 싹싹 파내고, 씨는 말려서 까먹고
남은 걸 가지곤 호박죽 맹들어 먹고 그랬지 아가.

뒤에는 산이 있어서 산 가서 쑥도 캐오고 그랬지.
거기서 술래잡기하면 나무가 얼매나 컸는지
내 댕기 끝자락도 안 보여서 끝까지 숨어 있었단다.

그리고 할머니 어릴 때는 뒷산에 사시는 산신님이 지켜주셔서
아픈 사람이 없었드란다.
마을에 아픈 사람이 나면 산신님이 약초도 내주고
산삼도 내줬더란다.
또 사람들도 얼매나 착혔는지 모른단다.
꽃 보고 크니까 마음도 고와지고 나무 보고 크니까 마음도 건강하더란다.

그런데 지금은 공장 만든다고 사람들이 산을 민둥하게
깎아내려서 어딜 가도 숲이 보이지 않더구나.
집들 뒤에 산도 없고, 콘크리트로 된 건물만 있지.
요즘은 꽃도 못 보고 나무도 못 보고 사니까
사람들이 모난 건물들처럼 마음이 모나지고
회색마냥 탁해진 거란다.

아가, 너는 꽃 많이 보고 자라려무나.
나무도, 풀도 많이 보고 자라려무나.
모난 마음 키우지 말고
곧고 고운 마음 가져서
풀 한 포기 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무나.
고추밭에 오랫동안 앉아 할머니는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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