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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자연과 숲, 그리고 추억
  • 입상자명 : 박 민 희 경기 평택 송탄여고 2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무더운 여름, 입시공부에 지치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시멘트바닥 도로를 무작정 걸었다. 길 가 주위에는 아파트 건물들과 시끄러운 경적소리만 울려대는 자동차뿐이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는 도중, 시멘트바닥 사이로 피어난 민들레꽃을 보았다. ‘이렇게 험하고 열악한 곳에서도 넌 잘 견디며 자랐구나.’라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고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지친 마음을 살며시 감싸준 자연의 존재는 꽃을 둘러싸고 있던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내 기억 속의 자연, 그리고 숲은 낭만적이고, 아늑한 장소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조그만 산이 있었다. 봄이면 그곳에 가서 꽃나무를 심고,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그늘진 나무 밑을 찾았으며 가을이면 낙엽을 주우러 갔고, 겨울이면 눈썰매를 타려고 올라갔던 곳이었다. 특히 가을에 반끼리 올라갔을 때, 그 추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4학년 2학기, 그 무렵에는 많은 친구들이 전학을 왔었다. 말이 없던 친구 김병관, 새침떼기 친구 신혜수 등등 그래서 우리 반은 다함께 산에 오르기로 했다. 서먹서먹한 사이였지만, 산에 올라가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놀았다. 약수터까지 빠르게 달려가는 시합, 보물찾기 놀이, 예쁜 낙엽줍기 시합까지, 그날 산 속에서의 하루는 유난히도 재미있었다. 그날 하늘이 참 푸른빛이었다고, 개구쟁이 친구가 산에 올라가서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져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고, 4학년 학급문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당시 산이라는 장소는 우리에게 휴식 공간이자,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추억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아득히 먼 옛날도 아니지만, 하루 종일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책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재, 그 산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다. 하늘에 계신 선생님께서도 그해 추억을 간직하고 계실까? 자연을 가르쳐 주시고, 너무도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신 선생님은 좋은 추억이자 아련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가신 선생님께서는 분명히 평안하고 아늑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초등학교 졸업 후, 나는 숲, 산에 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 자연체험학습을 계기로 가족끼리 충남에 위치한 산을 방문하게 되었다. 힘들게 길을 찾아 도착한 그곳은, 길을 찾아오는 도중,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던 가족들의 분위기를 금세 바뀌게 해주었다. ‘물아일체’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렸다. 회색이 가득한 곳을 한참 달려오다 초록색 빛깔이 가득한 그곳은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숲 속 입구부터 울리는 새소리와 매미소리는 숲 속의 연주회에 초대받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으로 잘 만들어진 그 숲 속을 지나면서 가족들의 얼굴에는 차를 타고 오기 전보다 좋은 느낌이 맴돌았다. 그 중에서 우리집의 막내인 동생은 가족 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좋아해서 그날 이후로 별명이 다람쥐가 되었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니 아주 맑고 깨끗한 계곡물을 발견 할수 있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물은 왠지 기분이 상쾌하지 않고 조심스러웠는데, 계곡물은 익숙하지 않은데도 느낌이 참 좋고 깨끗했다. 운동을 하고 난 후 한 잔의 사이다를 보는 기분이 느껴졌다. 이러한 체험을 하고 나니, 책 속에서 얼핏 보았던 내용이 정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오 필리아’라는 내용의 가설이었는데,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 속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무척이나 낯을 가리는 나이지만, 익숙지 않은 숲이라는 환경은 전혀 낯설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마냥 기분이 좋았다. 온갖 자연의 향기를 담아 내 곁을 스치는 바람은 내 마음을 가장 들뜨게 했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이 숲의 대장인 것 같은 그 나무에게 마음 속으로 말했다. 꼭 산을 지키고 있으라고, 나도 너만큼의 세월이 흘러 다시 널 꼭 찾아오겠다고… 그때의 나무와의 약속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얻게 해준 숲에 고맙다는 말을 뒤로 한 채 원래의 보금자리로 발을 돌려야만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주 오래도록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지금의 내 책상 위에는 손바닥크기만한 행운목 한 그루가 있다. 이틀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서 꼭 소리로 들려 주는 말이 있다.
“이 물 먹고 잘 자라렴. 자연 속에 널 놓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지만, 힘들게 지칠 때, 너가 꼭 필요하단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가벼워지거든. 그러니 이 물을 잘 먹고, 내 곁에서 머물러 주렴.”
처음에는 식물에게 말을 하면서 물을 주면 잘 자란다는 친구의 말에 시작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아주 작은 나만의 숲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작고 보살핌이 꼭 필요한 생명체이지만, 매일 늦은 밤 나를 반겨주는 이 녀석은 이름난 큰 숲 이상의 가치와 행복을 나에게 안겨준다. 숲과 사람의 어울림은 쉬운 듯 보이지만, 힘든 일이다. 바쁘게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다. 기억 속에서 좋은 추억들을 하나씩 찾아보면 자연 속에서 함께한 것들이 참 많이 존재한다. 특히 숲 속에서 친구, 가족들과 보낸 기억은 지치고 힘들 때마다 되살아나 여유라는 소중한 마음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책들이 쌓여 있는 책상 위의 한 쪽 편에는 자연의 느낌을 되살려 주는 작은 나무를 치워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태초에 자연에서 나왔고, 자라나면서 여러 장소 중에서 숲과 산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잠시 자연과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숲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작은 생명체와 함께 보내며, 힘들고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 인생에서 숲은 끊임없이 여유와 낭만과 추억을 안겨 줄 것이다.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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