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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잊지 못할 시간
  • 입상자명 : 권 순 준 인천 검단초교 5-6
  • 입상회차 : 6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요즘 TV에서 보면 자식들이 부모를 폭행도 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또한 얼마 전에 동생과 다투던 날, 동생을 밀어 던져 순찬이의 발까지 찢어지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엄마께 꾸중을 들으면서도 말대답을 하던 내 모습이 정말 부끄러워졌다.

요즈음 학교에서도 친구들끼리 싸우는 아이들이 전보다 많은 것 같다. 심한 욕설을 아무렇게나 하는 아이들, 거기다가 딴 학교에서 한 아이를 ‘왕따’까지 시켰다니 정말 무섭다.

그럴 때마다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너무 놀라워 무섭기도 했다.

瀏?생각을 하다가 문득 며칠 전 친척들과 지리산에서의 즐거웠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곳은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우리 집에 비하면 무척이나 시원하고 넓은 곳이었다. 산과 숲, 곤충들이 어우러져 있는 정말 그림 같은 그런 곳이었다.

아담한 민박들이 있고 매미소리가 들끓는 그런 곳!

하늘엔 곤충들의 비행사인 잠자리가 뱅글뱅글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민박으로 가자마자 가방을 놓고 구명조끼를 입은 후, 계곡으로 달려갔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가슴이 뻥 뚫린 게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사촌들과 함께 계곡상류에서 내려오는 물 속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피라미들이 있는 곳에서 대나무 낚싯줄로 낚시도 했다.

처음엔 여러 번 실패했었지만, 나중에는 내 손만큼 큰 피라미들도 잡았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물 속을 첨벙첨벙 뛰어다녔다.

대장 피라미들을 보며 우리는 모두 입이 함박꽃처럼 벌어져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잠시 후 큰 통 안에는 우리들이 잡은 고기가 6마리나 들어 있었다. 엄마의 어릴 적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꼭 그때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이번엔 조그마한 새끼 피라미들을 잡기로 했다. 통 안에 수북하게 쌓여가는 물고기를 보며 내가 낚시꾼이 된 것처럼 신이 났다.

게다가 붙어 있는 조그만 다슬기 두 마리를 보니 너무도 귀엽고, 생명이 있는 것들이 곳곳에 정말 많다는 생각도 했었다.

또한 아빠와 외삼촌이 팀이 되고, 동희와 동건이, 순찬이, 내가 같은 팀을 하여 물싸움을 했는데 결국 우리가 대승리를 거두었다. 역시 어디서든, 어느 경기이든 이기는 건 신이 났다.

우리를 피하려고 물 속에 계신 외삼촌 몸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꽉 붙어도 보았다. 아마도 그때 외삼촌께서는 우리가 진드기라고 생각하셨을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물싸움을 잘하던 우리가 진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바로 힘센 마산이모부 때문이었다.

우리가 뛰어들어가 덮치려고 하면, 이모부께선 재빨리 한 명씩 물에 잠수를 시키신다. 코에 갑자기 물이 들어가 캑캑거리며 다시 한 곳으로 모이는 우리 팀

결국 이 치열한 물싸움은 이모부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이기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었다.

수영시합과 잠수시합도 있었다. 시작 전엔 내가 이길 것 같았지만, 결국 난 잠수시합에서 2등을 했고, 유감스럽게도 동희가 1등을 했다. 하지만 화가 난 건 아니다. 인천 아이들과 그랬었다면 아마 씩씩거렸을 나, 하지만 왠지 그곳에선 동희가 이겨도 좋았고, 내가 져도 좀 있다 보면 금세 잊을 수 있었다.

계곡 주변에 있는 잠자리와 베짱이와 꿀벌 등이 우리와 함께 있어서 그랬을까?

그러다가 민박에 있는 오두막에 갑자기 난동이 일어났다.

한국 곤충의 무법자 장수말벌이 나타난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곤충학자 ‘파브르’가 되어 뒤를 쫓았다.

크기는 거의 5㎝ 정도 되었다.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장수말벌은 겁을 먹은 듯, 가방 뒤로 날아가 숨었다.

순찬이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가서 보니 정말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변하는 장수말벌이었다. 우리가 볼 때는 붉은색이었었는데….

장수말벌은 다시 날아서 계곡 주변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계곡으로 갔다.

보니 피라미들이 군사들처럼 물행진을 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밖에는 이제 커다란 나비들과 모기들이 비행기처럼 날아다녔다.

이제 밤은 그들의 세상이니까….

그러나 우린 모기방충망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잠을 청했다. 모기들은 우리에게 달려드느라 안달이었지만 방충망 때문에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밖에 나가신 어른들께서 돌아오시지 않는 거였다. 혼자가 된 것 같아 절로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그때 순찬이를 보니 동생도 울면서 플래시를 막 찾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나보다.

나중에 친척어른들과 부모님들께서 돌아오셨을 때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모부의 가슴을 보니 귀여운 암컷 사슴벌레가 붙어 있었다. 그걸 본 사촌동생들과 우리 형제는 서로 잡겠다며 달려들었다. 순찬이가 재빨리 달려 잡았지만, 우리 집엔 암사슴벌레가 있다며 동건이와 동희에게 주었다. 욕심 많은 순찬이도 이곳에 와서는 좀 달라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덥기만 했던 한낮이었지만 아침이면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깨우던 그곳! 돌아오는 날 아침에 우리는 통 안에 있는 피라미들에게 다시 자유를 주었다. 이제 잠시 후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아쉬움에 물놀이를 실컷 했다.

드디어 이별의 시간, 서로 흩어져 다시 각자의 집으로 출발했지만 아마도 그곳에서의 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리산에서의 잊지 못할 시간을 내 가슴 옹달샘에 계속 묻고 생활해 나가련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풍뎅이, 사슴벌레, 말벌, 다슬기, 피라미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런 날이 된다면 아마도 폭력 없는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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