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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숲으로 가는 길
  • 입상자명 : 김은혜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지난 여름, 짧았던 여행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신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숲의 경이로움이었다. 숲은, 그 존재만으로도 무전 여행으로 지친 나의 몸과 나약해진 마음을 다독여 주었고, 멈추어 되돌아가려 했던 순간순간에도 숲은 내게 일어서야 한다는 의지를 불어넣어 주었던 여행의 동반자였다. 잃어버린 나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났던 고독하고 힘겨운 여행의 시간 속에서 숲은 내게 참으로 따스한 친구였다. 당장이라도 나를 찾는 여행을 멈추어 일상의 안정 속으로 되돌아가려 했던 힘겨움의 시간마다 그는 말없이 포근히 나를 감싸안아 주었다. 벗어날 수 없는 열기로부터, 가혹한 세상의 눈길로부터 나를 숨겨 은근한 바람으로 일으켜 준 숲의 다정함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나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일상에 찌들었던 나의 삶을 환기시키고 마음에 쌓인 아픔을 치유해 준 구원의 손길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어떠한 여분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숲은 내게 그리도 친절했다. 따스한 손길로 무거워진 내 발을 옮겨 주며, 숲은 진정으로 내 고독한 사색의 시간을 위로해 주었다. 어쩌면 크나큰 절망의 늪으로 빠질 수 있었던 나에게 단지 나 자신과의 진실한 대화만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숲에게 나는 참으로 고마움과 관대함을 느낀다. 당시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공허감과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을 숲은 단지 내 볼에 스미는 바람과 코끝에 스치는 아련한 풀 내음을 통해 내 온몸으로 생명의 전율을 느끼게 했고, 나약하기 그지없었던 나의 헛된 생각들을 가차없이 씻어 주었다. 내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무거운 기대보다는 현재 살아 있는 생의 이 소중함을 즐길 수 있도록, 지금의 나 자신을 따뜻하게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도와 준 내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할까? 숲은 그렇게나 넘치도록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 그저 받기만 했던 나는 말없는 숲의 가르침을 통해 내가 무얼 찾는지도 모르면서 찾고 있었던 그 무엇과 진실한 나 자신과 많은 혼란 속에서 나 자신에게 던졌던 무수한 질문의 올바른 해답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숲의 정령인 듯한 잎새들은 그 자체가 가진 싱그러움으로 내게 그 존재 이상의 생명력을 느끼게 했고, 쇠약한 내 영혼에 수혈을 하듯 내 몸과 마음 속 깊숙이 스며든 숲의 기운은 내 뒤엉킨 생각을 풀어 주어 정신을 맑게 했다. 이러한 숲의 관용은 분명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찌했든 숲은 그 존재만으로 침체되고 무기력한 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생각의 흐름을 전환시킨 원동력이었다. 나뭇잎들 사이로 찬란한 꿈처럼 떨어지는 팔월의 햇살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없이 숲을 통해 나를 느낀 순간마다 대지가 처음 생명을 품었던 태초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 순간마다 크나큰 전율로 황홀감에 젖을 수 있게 숲을 창조해 준 신께 감사했다. 모든 악한 것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고 정화시켜 줄 것만 같은 그러한 숲의 모습은 인간으로서 내가 닮아야 할 모습인 것만 같았다. 생명을 가진 존재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나 자신의 모습은 인간이면서도 결코 인간적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며 나를, 혹은 다른 인간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끔 인도하는 숲은 그야말로 태초의 신의 모습과도 가장 흡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통해 나 자신 속의 나를 찾는 이 여정에서 나 자신이 닮아 가야 할 숲의 인격적인 모습을 가슴 가득 그윽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 또 하나의 숲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라는 책이었다. 마치 숲속에 은둔하며 사는 성자와 같이 고독을 즐기며 세상 모두의 무관심에서 버려진 땅에 나무와 함께 희망을 심는 한 노인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흔들리는 현대 문명이 깨달아야 할 가장 본질적인 문제와 진정한 생명과의 화해를 통한 인간의 모습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는 혼란한 이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야 할 것은 잃어 가고 있는 숲을 닮은 마음이 아닐는지……. 지금 우리는 점차 황폐해져 가는 가슴을 새벽녘 한적한 숲길의 영롱한 이슬로 적시고, 예전에 인간과 숲이 함께 공존했던 풍요와 평화의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를 함께 지켜 온 숲이라는 진실한 벗의 모습을 우리가 잊어서는 아니 된다. 언제나 한 걸음씩 물러나 인간의 뒷모습을 지켜 봐 주던 숲을 그 동안 우리는 무언의 폭력으로 짓밟지 않았던가. 숭고한 정신으로 버려진 땅 위에 화해의 나무를 심는 책 속의 노인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숲에 대한 속죄의 마음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그 노인을 통해 보았던 숲이나 내가 직접 거닐었던 숲이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숲은 모두가 숲이라는 그 이름만으로 우리 인간에게 보다 인간적이 되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리라!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뀔수록 생명의 가치에 대한 기억이 무디어지는 가슴 아픈 이 시대에 우리는 진정으로 숲과 같은 푸르름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명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진실된 인간으로서 대지뿐 아니라 황폐해진 인간의 마음에도 한 그루 희망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 내가 너의 가슴에 나무를 심고, 네가 나의 가슴에 나무를 심고, 그가 또 누군가의 가슴에 나무를 심는다면 이 세상은 숲의 은혜로움으로 넘쳐나지 않을까? 나는 이제 모두의 가슴에 나무를 심으러 다시 숲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진실된 나를 찾은 그 숲으로. 숲과 모두가 잠이 드는 고요의 시간에 나는 나무를 심는 노인이 되어 태초의 아담과 이브가 존재하는 시대에 에덴의 숲과 같은 가장 인간다운 세계를 꿈꾸어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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