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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북한산은 우리 집 정원
  • 입상자명 : 이현지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얘들아 어서 일어나 준비해라,” 엄마의 목소리예요. 늦잠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에 들리는 폭포소리 같은 엄마의 재촉에 모두들 군소리 없이 준비하죠. 뭐하는 거냐구요? 등산 준비예요.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싸시고 그 다음에 일어난 아빠는 배낭과 물통 등 여러 가지를 챙기고, 동생은 돗자리를, 나는 비닐봉지와 집게를 챙긴답니다. 비닐봉지와 집게는 왜 챙기냐구요? 잠시 후에 알려 드리죠. 우리 집은 북한산 국립공원 10분 거리인 곳에서 삽니다. 아빠와 엄마가 결혼하여 살게 되면서 북한산 등산을 시작하였고, 나와 동생을 낳으시고도 계속 다녔기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내가 갓난아기 때도 업고 안고 다니고 그래서 저는 다람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산을 잘 올라갑니다. 아빠는 여름 휴가 때면 새벽부터 북한산 계곡에서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길게 늘어선 도로 위의 자동차들을 보면서 “이렇게 좋은 곳이 가까이에 있는데 웬 고생을 한담” 하며 북한산 계곡의 수려한 자연 환경과 차갑고 깨끗한 물을 자랑하며 얼마나 경제적이고 좋으냐고 감탄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자연 환경을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가꾸고 지키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북한산 등산을 하다 보면 길가의 나무에 이름을 적은 팻말이 있습니다. 제가 6살 때 글을 읽게 되면서 팻말의 글을 읽으면서 올라가다가 “귤 껍질 버리지 마세요”라는 글을 읽고 아빠께 여쭤 보았더니,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과일 껍질에 묻은 안 좋은 성분들을 산에 사는 동물들이 먹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지 다짐했죠. 땀을 흘리며 힘들게 올라가며 느끼는 나무 냄새와 산소가 풍부한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작은 행복도 느낀답니다. 진달래 능선을 따라 산행하다 보면 숲이 우거지고 오솔길 같은 분위기의 길이 나오는데 그곳이 엄마의 정원이래요.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 가족은 한 줄로 줄을 서야 하고 엄마가 먼저 앞서 “내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씩 그 정원을 지나갈 수가 있답니다. 아빠는 농담으로 “입장료는 무료입니까?” 하며 놀리기도 하지요. 우리 가족은 입가에 한아름 웃음을 지으며 힘든 산행을 웃음으로 잊곤 하죠. 4·19탑 뒷쪽으로 올라가는 곳에 내 정원도 하나 만들었어요. 동생의 정원은 칼바위 능선이에요. 칼바위 능선으로 등산하면 무서우면서도 좋다는 동생이 택했죠. 정원치고는 좀 무시무시하죠. 아빠의 정원은 북한산 백운대 꼭대기 태극기 아래 마당바위래요. 각자 자기의 정원을 지날 때면 목에 힘을 주며 정말 주인 행세를 하곤 하죠. 그런 우리 가족이 너무 좋고, 또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준 북한산에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낀답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도시락을 먹는데, 집에서 먹던 반찬인데도 왜 더 맛이 있는지 꿀맛 그대로입니다. 도시락을 먹고 나면 제가 할 일이 많아집니다. 집게와 비닐봉지의 쓰임새가 시작되지요. 먹고 난 쓰레기를 담고 누군가가 버리고 간, 미처 주워 가지 못한 쓰레기까지 찾아내어 줍습니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산 입구에 와 있게 되고 쓰레기를 담은 봉지는 가득 넘치도록 빵빵해집니다. 소주병, 맥주캔, 음료수병, 빵봉지, 먹다 남은 오징어채까지 다양하죠. 또 그냥 버리면 주워 오기 편한데, 풀숲에 숨겨 놓는 사람까지 있으니 쓰레기를 주울 때는 속상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줍지 않아도 좋으니 버리지나 말았으면, 무겁게 들고 산이 좋아서 왔을 텐데, 내려가는 길에 가벼워진 쓰레기를 왜 안 가지고 가는지, 이기적이고 도덕적이지 못한 어른들이 얄밉기도 합니다. 그런 쓰레기들이 썩어 없어지려면 100년도 넘는 세월이 흘러야 하고, 또 나무나 동물들한테도 좋지 않아, 결국 우리 인간들도 함께 안 좋아질 것이 뻔한데……. 이번주에도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의 정원이 있는 북한산에 갈 예정입니다. 제발 제가 들고간 비닐봉지와 집게가 쓰여질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벌써 6년째 쓰레기를 줍고 있지요. 여름 휴가 때 제주도에 사는 이모부가 오셨을 때 북한산에 같이 간 적이 있습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계곡에는 바가지로 떠먹어도 될 만큼 깨끗한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죠. 제주에서 태어나신 이모부는 서울에 이렇게 좋은 데가 있냐며, 감탄, 감탄하였고 서울로 이사와서 북한산 근처에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주도의 맑은 물과 북한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같고, 산속에서 느끼는 맑은 공기도 제주의 공기와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 가족을 부러워했답니다. 집 근처로 내려오면 매연과 탁한 공기에 시달리며 뒷동산처럼 가까이에 있는 북한산을 얼마나 생각나게 하는지 모릅니다. 봄이면 양지바른 곳부터 피어오르는 진달래와 눈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하얀 벚꽃과 갖가지 이름 모를 꽃들의 속삭임이 들리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계곡물, 가을에는 설악산이 부럽지 않은 단풍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고 겨울에도 아이젠을 끼고 먼저 간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기분은 얼마나 좋은지 사계절을 변해 가며 우리에게 질리지 않도록 새롭게 보여 주는 북한산은 정말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명산입니다. 작년 가을에 단풍이 아주 예쁘게 들었을 때, 등산을 하다 아이 두 명과 아빠 엄마 넷이서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는 풍경을 보고 우리 엄마는 “야 저기 좀 봐! 꼭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같애” 하며 저 집도 우리 집 같다고 웃으셨죠, 근데 정말 행복해 보이는 거 있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며 자주 찾을 수 있는 북한산이 난 너무 좋아요. 저보다 한 살 아래인 동생은 남자예요. 아빠는 야간 산행 한 번 해보자며 초등학교 4학년인 동생과 둘이서 손전등을 들고 북한산을 다녀온 적도 있답니다. 서울의 몇 분 거리에 있는 북한산, 멋진 바위들과 맑은 물이 쉴새없이 흐르는 계곡과 향긋한 솔 향기까지 주는 북한산은 우리 나라 명산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귀중한 명산을 가꾸고 지키는 일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답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합니다. 엄마의 등처럼 아늑하고 포근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우리 가족의 정원인 북한산을 자랑합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북한산을 갈 것이고, 쓰레기를 치우거나 나무를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설 것입니다. 아름답고 멋진 북한산, 그 이름이 정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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