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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단양 삼매경
  • 입상자명 : 조 민 경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어릴 적부터 우리 가족은 여행 마니아였다. 아니, 부모님께서 여행을 정말 좋아하셨고 나는 항상 따라 다녔다. 내가 항상 “아빠, 이번 주엔 어디 가요?” 물어보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발길 닿는대로….”라고 말씀하셨다.
주말마다 여행을 가곤 했는데 매주마다 다른 목적지와 일정을 짜고 어떻게 갈 것인가 어디서 뭘 먹을지에 대한 정보를 뽑으시는 아빠를 볼 때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모님을 따라 다녔는데 귀찮아서 투정도 많이 부리고 힘들어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다른 친구들보다 다녀온 곳도 많고 아는 유적지와 관광지도 많기 때문이다.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간 단양에서의 1박2일이 생각난다. 충청북도 단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이었다. 깊은 계류를 끼고 수백 척의 기암절벽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그 다음 코스는 ‘도락산’으로 처음부터 가파르고 높아서인지 헬리콥터를 타고 정상에까지 한 번에 올라가고 싶었다.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정상에 올라가니 시원한 공기가 흐르던 땀을 휘감아주니 기분이 최고였다. 내려갈 때는 정반대의 길로 내려왔고 지친 몸과 풀려버린 다리로 있으니 엄마가 맛있는 두부김치를 해주셨다. 역시 여행의 참된 것은 먹는 것이다. 배를 채우고 나서 고수동굴로 향했는데 그 곳은 무려 5억 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5억 년이란 나이답게 크고 웅장했다. 동굴이 좋은 이유는 더운 날에 더위 식히기 최고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있으면 시원하다 못해 춥고 싸늘한 게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이다. 고수동굴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샹들리에 모양의 종유석이었는데 그 외에도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백층탑과 베이컨처럼 얇은 종유석,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잘 다듬어진 동굴 진주 등이 볼거리였다. 사람이 만들어도 그토록 정교하고 섬세하게 못 만들 텐데 자연의 신비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했다. 특히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깊은 동굴에 있는 물들은 지나치게 깨끗하고 맑아서 뭔가가 쑥 잡아당길 것만 같다. 재밌게 구경하고 나서 얼큰한 쏘가리 매운탕을 먹었는데 시원한 동굴 구경에 땀을 뺄 수 있는 매운탕은 안성맞춤이었다.
숙박은 온달 관광지에 있는 태화산 파크에서 했는데 지은 지 오래 되지 않아서 곰팡이 냄새도 없고 시설도 깨끗했다. 그 다음날에는 우리 집 1박2일의 메인 메뉴 참치찌개를 먹으면서 어제 가서 찍은 사진과 오늘의 일정을 부모님과 얘기했다. 그리고는 채비를 하고 구인사로 향했다. 절이 다 그게 그거지 하고 올라갔는데 다른 곳보다 위엄 있고 웅장했다. 전경을 보기 위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갔는데 길이 요리조리 복잡하고 울퉁불퉁했다. 구인사는 대한 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지로 상월원각 대조사가 창건한 곳이었다. 국내 최대의 5층 법당과 50여 동의 거대한 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다른 절과 달리 그 곳에는 우체국, 병원 등의 편의시설은 물론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주고 있었다. 절을 구경하고 산에서 내려와서 어제의 시원함을 맛보기 위해 온달동굴에 갔다. 온달동굴은 온달산성 아래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곳은 4억5천 년 전 생성된 동굴이었다. 어제 고수동굴의 멋스러움에는 못 미쳤지만 낯익은 온달이란 이름 때문인지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동굴을 구경하고 올뱅이해장국이란 걸 먹었는데 개운한 맛이었다. 정말이지 여행의 즐거움은 보고 찍고 먹는 것인 듯하다. 온달동굴 주변의 온달 관광지를 마저 둘러보고 단양팔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에 갔는데 그곳은 정도전이 정자를 지은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더 어릴 적에 단양팔경을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던 기억도 난다. 예전에 친구가 너희 집은 주말마다 여행을 가는데 여행비가 아깝지 않느냐고 물었었다. 그 말을 부모님께 하니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추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릴 땐 힘들고 귀찮은 적도 많았지만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어릴 적 갔던 여행이 한 번씩 힘들고 지칠 때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친구인 것 같다.
그리고 갔다 온 곳마다 일기를 써놓으니 어디를 갔다 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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