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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천관산이 지닌 나의 순수함
  • 입상자명 : 김 주 희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산들이 있다. 내가 다녀본 곳만 해도 여러 곳이다. 아름답던 산들은 계절의 변화라는 축복이 더해져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 보여지는 아름다움에 취해 나 자신마저 빼앗기고 나면 산도 내게 감추었던 모습을 내보이곤 하였다. 지금 이 순간 그곳이 너무나도 그립다.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보지 못하고 있지만 어릴 적 많이 다녔던 산들은 나의 순수했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내게 있어 산은 온갖 푸른 생명들을 전시해 놓은 좋은 학습터였고, 이 다음에 커서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한 친구였고, 우울했던 기분도 상쾌하게 해주는 기분전환제였고, 하늘로 뻗은 나무들처럼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꿈터였다. 이렇듯 어렸을 적 순수함을 가진 아이가 마주한 산은 형언할 수 없는 포근함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보니….
우거진 나무들 아래 살짝 비치는 따사로운 햇빛마냥 산과 함께한 추억들이 희미하게나마 아른하다. 잘 떠오르지 않는 추억들을 꺼내려 일기장을 들추어 보았다. 그 속에는 앞다투어 푸르름을 내뿜는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로 내가 서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꼬마아이였던 나는 아빠의 고향인 전라남도 장흥의 친할머니댁에서 지루함을 못 이겨 가까운 산에 놀러갔다. 천관산이라는 아름다운 산이었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은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것이 마치 천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신라 김유신과 사랑한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그때에는 천관이라는 의미도 모르면서 놀러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즐거워하였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처럼 이름만 들어도 눈앞에 눈부신 장관이 펼쳐질 듯한 유명한 산은 아니었다. 지금은 많이 유명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이곳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이 살던 사람만 알던 산이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아 사람이 드문 고요한 산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릴 적 누군가가 모르는, 나만 아는 산이 있다며 뿌듯해하던 것도 귀여운 자존심으로 남아 있다. 아빠, 엄마, 동생은 물론이고 할머니까지 함께한 모처럼의 나들이라 아예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서 누구나 숲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때까지 만해도 산에 올라가면 등산만 하고 해질녘 전에 내려와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산속에서의 하루는 깨끗한 공기처럼 신선했다. 천관산자연휴양림에는 통나무집이 많이 있었다. 통나무집을 처음 보았던 나는 매우 신기했고 동화책에서 보던 헨젤과 그레텔의 집을 떠올렸다. 과자로 만든 집이 생각만 해도 달콤해 침이 고일 듯한 것처럼 통나무집을 보니 보기만 해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무로 만든 집이라서 까칠까칠할 줄 알았는데 부드러웠고 집 안도 아늑하였다. 통나무집에서 나와 나는 엄마와 함께 천관산 산행을 하였다. 맑은 공기를 마셔서 기분이 너무 상쾌해졌고 그에 따라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모녀간의 진솔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웃음꽃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산 위로 더 올라갔더니 계곡도 있었다.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하지 않았다. 정말로 나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친할머니댁에 늘 오곤 했었는데 이렇듯 좋은 곳을 가까이에 두고도 와보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오히려 멀리 있는 곳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가게 되지만 가까이에 있는 곳은 멀리 있는 곳보다도 더 안 가게 되는 것 같다. 아빠는 이렇듯 아름다운 산을 우리 가족끼리만 보기가 아까웠는지 미나언니네 가족들을 불렀고 천관산에서의 밤을 함께 하였다. 제일 좋았던 것은 천관산에서 보는 밤하늘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순수했던 아이는 밤하늘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 많았나보다. 서울에서는 밤에 별이 뜬 것을 보기가 정말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밤에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없이 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에 별이 뜬 것을 본 것도 오래전 일이었다. 이렇게 고향에 내려와서 특히 산속에서 밤하늘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별을 보며 잠이 든 나는 그날 밤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장의 일기장이 넘어가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나무 향기가 코를 찔렀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통나무집 앞에서 천관산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할머니와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리고 나서 천관산에서의 추억을 뒤로 한 채 우리 가족은 하산하였다.
어릴 적 산과 숲과 나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짜증나는 삶 속에서도 나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웃음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배웠고 곧게 자란 나무처럼 반듯한 성품을 가지게 되었다. 순수했던 내가 바라보았던 산이라 더욱 아름다웠을까? 어쩌면 산이 나를 더욱 순수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사람은 자연 속에서 동심을 찾게 되고 순수함을 회복하는 것 같다. 아니 설령 순수함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산은 그것을 가질 기회를 준다. 나중에 다시 한 번 꼭 천관산에 다시 가보고 싶다. 그때에도 어릴 적 천관산에서 느꼈던 마음과 똑같은 마음일 수 있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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