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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주산지(注山池)에서
  • 입상자명 : 오영록
  • 입상회차 : 16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주산지(注山池)에서 / 오영록


스님들이 목욕탕에 왔다
동안거를 끝냈을 뿐인데 누대 헤어졌다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등이라도 서로 밀어주는지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니
어 시원타, 어 시원타
노승의 몸에서 쏟아지는 경전소리
직박구리만 화들짝 난다

햇빛으로 덥힌 온탕
산그늘로 식힌 냉탕을 오가는 저 승가(僧伽)
바람 불 때마다 서로 머리를 밀어주는 저 모습
아침이면 잠시 서산으로 바람 탁발(托鉢) 갔다가
저녁이면 다시 동산에 올라 설법으로 몸을 말리는 그림자
들때가 없으니 영혼을 씻고 있다

저 속살을 슬쩍 훔쳐 본 적 있는데
얼마나 씻고 있었는지 백옥보다 더 흰 성체(性體)
만지면 뽀드득 소름 돋을 것 같은
저렇게 천 년을 씻었으니 어찌 아니겠는가!
얼마나 더 씻고 씻어야 혼까지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지
유피(楡皮)가 되는지

비 오는 날은 그 비 다 맞으며
평등의 수면을 바둑판 삼아 똑똑 돌을 놓고 있다
꽁꽁 얼어붙어 돌을 놓을 수 없으면
무릎 착 꿇고 동안거에 들어
묵언 수행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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