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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당신도 나 같은 코이가 되어 보실래요
  • 입상자명 : 박재현
  • 입상회차 : 16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저는 비단잉어 코이예요 제가 어릴 적에는 그저 숨 쉴 수 있는 작은 어항에서 살았어요 그땐 조금만 돌아다녀도 힘들고 숨도 가빴어요 조금씩 제 몸이 자라며 이제 그 작은 어항은 몇 번 몸을 뒤척이면 숨이 막힐 지경이 되었어요 아무리 몸을 뒤집어도 어항은 바뀌지 않았어요 저는 몸을 더 키웠어요 그제야 안 되겠다 싶었던지 주인이 저를 좀 더 큰 어항으로 옮겨주더군요 상황은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엔 아 다행이야 숨도 편히 쉬고 힘도 나더니 점점 더 형편은 작은 어항에서와 다르지 않았어요 저는 더욱더 제 몸을 키웠어요 그저 여기에서만 안주할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주인은 매번 어항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어느 날엔가는 저를 차에 태우고는 인적 없는 산 아래 저수지에 풀어주더군요 얼마나 시원하던지 몸은 날아갈 것 같고 좋았어요 그러던 어느 비가 몹시 오던 날이었어요 꽈르릉 산이 무너지더니 흙과 돌들이 저수지로 몰아닥쳤어요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엄청난 물살에 쓸려갔지요 저수지 둑이 산사태로 무너졌고 저는 어느 새 강에 왔던 거예요 여기는 답답하지 않았어요 마음껏 헤엄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저수지는 사방이 막혀서 답답하기도 했거든요 이제 저는 상류로도 가고 저 멀리 멀리 바다로도 갈 수 있게 되었어요 몸집도 키웠고요 그러 던 어느 날 바다를 산책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 제가 어릴 적 작은 어항에서만 살았다면, 그보다 조금 더 큰 어항에서만 살았다면, 산 아래 저수지에서만 살았다면, 강에서만 살았다면, 꼬리를 물고 지난날들이 자꾸만 생각나는 거예요 그리고 이 바다보다 더 큰 곳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어디로 가면 산들이 노닐고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더 큰 바다가 있을까 더 큰 바다가 있을까 언젠가는 그곳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 수 있을까 분명 그리 될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 말이예요

* 비단잉어 코이 : ‘코이의 법칙’을 만든 비단잉어. 코이의 법칙은 어떤 크기의 꿈을 꾸느냐에 따라 인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비단잉어 코이는 어항의 크기에 따라 성장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작은 어항에서는 5-8cm,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15-25cm, 넓은 강에서는 100cm, 바다에서는 90-125cm까지 자란다는 비단잉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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