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
나무 둥치에 구멍을 뚫는 딱따구리
순한 뱃속으로 탁란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생명이 나무로 옮겨간다
기생寄生의 소리가 여름 숲을 흔든다
품 넓은 나무는 파문을 안으로 새겨 넣고 있다
뼈를 키우는 소리에 골몰하는 동안
계절은 나무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날아가라 한다
커다란 구멍을 몸속에 품고
울렁거리는 구역질을 푸르게 토해내는
나도 저 나무에서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자랐다
수액을 먹고 나뭇가지 방향으로
솟구치는 법을 배우고 날갯짓을 습득했다
부력이 생겨나고 비행을 할 때 까지
도움닫기를 해주고 새 생명을 저 품에서 키워내고 있다
옹이가 생긴 나무는 푸른 잎을 흔들어 날려 보낸다
이따금씩 날아와 앉았다 가는 날개는
공중에 주소를 두고 있는데
아직도 소리를 쫒아 잔가지 뻗는 나무에선 젖 냄새가 난다
여름 숲은 새의 뼈가 자라는 계절
기생하기 좋은 계절엔 날아가는 것들도 많지만
탁란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숲으로
낯익은 발걸음들이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