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를 이 산이 가르쳐 주었다.
눈 닫고 귀 닫으면 답답할 법한 이 공명도,
미동 없이 푸르게 변해간다는 것, 이내 마음의 울림이 되는 것.
산 아래 나의 조잘대던 이야기를 널어놓고
산 위로 올라오던 길에
들꽃 한아름 안겨 갔다.
듬직한 녹음 속에 더 빛 발하던 들꽃은
나의 자취 마디마디에 떨어져 발자국 흉내를 낸다.
정상에 다다라 해가 비틀거릴 무렵
들꽃이 안내해주던 길을 따라 가만히 가만히 함께왔다.
조잘대던 이야기를 걷어 팔 한켠에 등여매고 오는데,
들꽃향에 취해,
그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침묵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를 이 산은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