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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자연의 병원인 산
  • 입상자명 : 신 정 훈 충남 당진 호서중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에게는 심각한 병이 있다. 바로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병! 바로 게으름이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난 몸이 약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국민약골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유난히 더위에 약한 나는 여름이면 기운 빠진 강아지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헉헉’거린다. 예전에는 조금만 무리해도 어지럽고, 상태가 심하면 쓰러지기까지 했었다.
아빠께서는 운동부족인 나에게 항상 산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하지만 난 게을러서 산은커녕 밖에 나가는 것조차 싫기 때문에
“싫어. 그러다 나 또 쓰러지면 어떡하라고요!”
라고 하면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하는 수 없이 아빠는 항상 혼자 산에 가셨고 나는 집에 혼자 누워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께서 또 내게 산에 가자고 하셨다.
“정훈아! 아빠 소원이다. 한 번만 같이 가자.”
“싫다니까! 귀찮고 힘들어서 난 안 가요.”
“아빠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들하고 등산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그런다. 이번 한 번만 같이 가자.”
평소 같았으면 그려러니 하시고 그냥 혼자 가셨을 텐데 그날따라 아빠께서는 나를 데려가시려고 안간힘을 쓰셨다. 결국 난 항상 혼자 가시던 아빠와 함께 처음으로 아미산에 올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그동안 하도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너무 힘들어 쓰러져버렸다. 그래서 중간도 안 된 지점에서 내려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그렇게 첫 번째 등산은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 주말이 다가오자 아빠는 또 산에 가자고 하셨다.
“아빠 저번에 저 쓰러지는 거 보셨잖아요. 안 가요. 안 가.”
“에이, 남자가 뭘 한 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이게 뭐냐? 유치원생들도 거뜬히 오르는 곳인데 우리 아들이 못 오를 리 없지?”
아빠께서 이번에는 정상은 못 가도 되니, 중간까지라도 가자고 자꾸 말씀하셔서 어쩔 수 없이 또 아빠를 따라 나섰다. 아빠를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한 난 ‘역시 오는 게 아니었어, 또 쓰러질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나는 슬슬 아빠 눈치를 보면서 못 가겠다고 말씀드리려 했다. 그런데 아빠께서
“거봐라. 우리 아들도 잘하네. 우리 몸 중에서 제일 게으른 게 뭔 줄 아니? 바로 눈이란다. 눈으로만 보면 언제 하나, 어떻게 하나 싶은 일들이 손과 발은 벌써 움직여서 하고 있단다.”
하시면서 응원의 눈빛을 보내시는 것이었다. 나는 차마 그런 아빠께 못 오르겠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죄송해서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중간까지 올랐다. 그렇게 난 조금씩 산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산은 참 멋있었다. 울창한 숲에 곧게 뻗은 소나무들은 어딘지 모르게 당당해 보였고, 곳곳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은 화려한 포장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 보였다. 체력만 된다면 정상까지 오르면서 이 산에 무엇이 있나 하는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우리는 다음 주말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 왔다.
이윽고, 주말이 되었다.
“아빠, 오늘은 산에 안 가요?”
라고 했더니 아빠께서 깜짝 놀라시면서
“왜? 또 가고 싶어?”
아마 아빠께서는 속으로 기뻐하고 계실지 모른다. 항상 게으름만 피던 내가 처음으로 자진해서 산에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빠께서는 신나 하시면서 날 데리고 또 아미산에 가셨다. 그날 산에 오르면서 아빠께서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에 내 마음까지 뿌듯했다. 또한 처음에 산에 오를 때와는 달리 이제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지 않을 만큼 내 몸이 건강해졌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렇게 아빠와 난 드디어 산 정상에 도착했다. 아빠께서는 나를 와락 안아주시면서
“우리 아들 멋지다! 우리 정훈이 산 덕분에 많이 건강해졌네.”
하시면서 웃어주셨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상을 타왔을 때보다 그때의 아빠 모습이 천 배 백 배 더 기뻐 보이셨고, 더 멋있어 보였다.
아빠와 산을 내려 온 후 집에 가기 전 산을 보며 다짐했다.
‘이제부터 항상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산에 올 거야.’
그 후로 난 아빠와 주말마다 항상 산에 왔고 나에게 건강을 선물해준 산이 너무 고마웠다.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이 되었고 지금도 산에 다니고 있다. 아마 산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건강한 신정훈은 없고, 놀림만 받던 국민약골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집에만 있고 운동을 하지 않는 예전의 신정훈 같은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산에 가보라고 말이다. 아름다움이 있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자연의 병원인 산에 말이다. 산은 이제 나와 아빠의 영원한 놀이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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