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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식 목 제
  • 입상자명 : 송 유 미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흰 눈이 내리고 나무들 숲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구겨진 달빛처럼 바스락거리는 이파리들, 저만치 앞서가는 오솔길 따라, 나무들 숲으로 사라졌다. 나는 문득 눈 속으로 사라진 나무를 생각했다.

옛사람들이 죽은 자를 위해 심었다는 아그배나무, 경을 새기기 위해 물 속에 삼 년을 담갔다가 그 희디흰 살결에다 팔만대장경을 새겼다는 산벚나무와 자작나무의 껍질을 말갛게 벗겨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수천수만 장의 천마도를 밤을 새워 신라 여인들이 수를 놓아 새겼다는 장니와 죽은 자의 떠도는 유혼을 달래기 위해 정원에다 편백나무를 심었다는 선사들의 깊은 뜻과 태양의 아들이 인간을 위해 불을 숨겼다는, 회양나무 속으로 나는 잉걸불처럼 깊이 걸어 들어갔다.

우우우 불씨가 날리고 불탄 나무들이 눈에 덮여 살아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힘찬 발굽 소리와 맥박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잎잎이 푸르른 경을 품고 뿌리째 훌쩍 날아가 버릴 듯 차오르는 우듬지 끝들이 불탄 사람들과 함께 흰 눈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걷고 또 걷다가 한 그루 나이테가 되거나 나무 속에 타다 남은 부지깽이처럼 한 그루 나무로 태어날 수 있다면… 붉은 달이 내 심장처럼 가시나무에 걸려 뻐꾸기처럼 우는 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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