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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다시 만난 추억
  • 입상자명 : 강 현 정 경기 부천 송내고 2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성주산 정기어린~ 배움의 터전~’ 내가 졸업한 중학교 교가의 첫마디는 ‘성주산’으로 시작된다. 게다가 학교 이름마저 산의 이름을 딴 ‘성주중’이었고, 우리 학교와 성주산은 떼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학교의 위치가 성주산 끄트머리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을 등교가 아니라 등산하는 기분으로 언덕을 올라야만 교문을 통과할수 있었다. 가끔은 성주산에 등산하는 등산객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 그 높은 언덕을 뛰어오를 때면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학교 운동장과 성주산 사이에는 공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조망을 세워 놓았지만,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성주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고, 교실에서도 창문만 열면 성주산이 나를 반겨주곤 했었다. 학교가 산에 있다보니 체육시간에 산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도 있었는데 체육시간을 끔찍이 싫어하던 내가 친구들을 앞질러서 1등으로 내려와서는 너무 목이 말라 수돗물인 걸 알면서도 벌컥벌컥 마셨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매일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어서 친구들과 고등학교는 언덕이 없는 학교에 가자며 약속을 했고, 난 그 약속대로 언덕 없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매일 아침 평탄한 도로를 따라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교문을 통과한다. 등굣길에는 온통 사람들이 일부러 줄 세워 심어놓은 가짜나무들 뿐이다. 진짜 나무는 어디에도 없다. 답답한 마음에 교실 창문을 활짝 열면 자동자의 경적 소리만 시끄럽게 울려퍼질 뿐이다. 처음엔 힘들여 언덕을 오르지 않아서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때가 그리워졌고 지겹던 성주산도 그리워졌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긴 했지만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산에 오르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빨리 방학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방학이 되자마자 매일 산에 오르시는 엄마를 따라 등산길에 나섰다. 엄마는 내가 스스로 산에 가겠다고 선언하자 처음에는 조금 의아해하셨지만 이내 웃으시며 반겨주셨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모든 게 낯설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등산복을 갖춰 입고 너무나 익숙한 걸음으로 산에 오르는 것을 보니 면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친 내 옷차림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부끄러움도 잠시 산 밑에 나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중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괜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리자 엄마도 발걸음을 멈추시더니,
“오랜만에 학교 보니깐 그때가 그립지?”라고 물으셨다.
“응, 그땐 지긋지긋했는데, 지금은 왠지 그리워.”
학교를 뒤로 하고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그 동안 동네의 조그마한 산이라고 은근히 만만히
봤었는데,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참을 더 올라서 엄마와 난 약수터에 도착했다. 약수터에 있는 몇 안되는 철재 운동기구들은 죄다 녹이 슬고 낡았지만 불평하는 사람 없이 모두들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엄마와 나는 정자에 걸터앉아서 집에서 끓여온 유자차를 나눠마셨는데 내가 마셔본 유자차 중에 제일 꿀맛이었던 것 같다. 오늘 등산의 목표는 정상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내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지 중학교 때는 1등으로 내려왔던 내가 ‘헥헥’거리며 엄살을 피우는 바람에 정상까지는 못 갔다. 하지만 엄마가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며 내 손을 이끌고 샛길로 빠져서 몇 걸음 가니까 ‘성주산에 이런 명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멋진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부천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쉬어가도록 벤치까지 있어서 엄마랑 나란히 앉아서 부천시내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너무 멋진 광경에 반해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두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니 바람이 내 몸을 휘감았다. 마치 바람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오르는 것은 힘이 들었지만 어느새 나는 흘린 땀방울은 다 잊은 듯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함이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의 시끄러운 경적소리대신 산새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고, 줄을 세워 심어놓은 나무 대신 뿌리 깊은 나무들이 내 곁에 있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한없이 작은 존재로 만들었던 고층 아파트들도 내 손가락보다 작아져 있었다. 그때 난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 또다시 마주친 학교를 보고, 내가 이렇게 푸르고 아름다운 산과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졌다. 그리고 다음날 늦잠꾸러기인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엄마를 깨웠다.
“엄마! 정상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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