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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숲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
  • 입상자명 : 이 진 희 경기 평택 송탄여고 1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1년 정도가 지난 일이지만 이 일은 내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그때 주말에 외할머니댁에 내려간 것이 시작이었다.
외할머니댁에서 가족들과 아침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엄마와 이모를 비롯한 어른들께서 나갈 채비를 하셨다. 어디 가냐고 물어봤더니,
“약수터에 물 뜨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하시는 것이었다.
마침 텔레비전에서 재밌는 것을 하지 않아서 따라나서기로 했다. 자동차를 타고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한 곳은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꽤나 커 보이는 산이었다. 순간, 대부분의 약수터가 산에 있다는 사실을 깜빡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어렸을 땐 산에 오르는 것을 꽤나 좋아했었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운동을 안 해서인지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어지고, 힘들어지니까 산에 가는 것을 자연히 꺼리게 됐다.
“나 그냥 차 안에 있으면 안 돼?”
“무슨 소리니, 여기까지 와서….”
“산은 싫은데….”
오르기 싫었던 산을 억지로 오르게 돼서 입을 쌜쭉거리면서 겨우겨우 도착한 약수터. 산의 중반 정도에 위치한 곳이라는데 워낙 운동을 안 해서인지 산이 높아서인지 마치 산의 정상에 올라온 것처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힘들었던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같이 산을 올라오신 어른들도 숨을 잠시 돌리기 위해 물을 한잔씩 마신 후에 나에게도 물을 권하셨다. 모두들 물을 마시고 나서 ‘꿀맛이네’, ‘물맛이 좋다’ 등의 말을 하며 힘들어했던 표정이 풀리고 물통에 물을 받으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별 생각 없이 ‘물이 다 그게 그 맛이지’ 하며 내 손에 들고 있던 바가지를 들어 한 모금 들이켰는데, 물맛이 다 그게 그 맛이 아닌가보다. 이 물은 정말로 꿀맛이었다. 그렇게 물을 시원하게 한잔 들이켠 후 기분 좋게 내려가는데, 올라올 땐 보지 못했던 꽃이며, 나무 같은 풍경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산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 잠시 멈춰 섰는데, 산뜻하면서 시원한 바람이 우릴 향해 불어왔다. 올라올 때 흘렸던 땀과 일상생활에서 받던 스트레스가 그 바람에 함께 실려 가서 모두 훨훨 날아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람에 실려 온 싱그러운 풀과 꽃의 향기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져서 산을 올라올 땐 그렇게도 길게만 느껴지던 길이 내려갈 땐 절반도 안 되는 길이로 짧게 줄어든 것만 같았다.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데, 운동을 하고나서 먹는 밥이라 더 맛있던 건지, 약수터에서 떠온 물과 같이 먹어서 더 맛있던 건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어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꿀맛이었다.
점심을 다 먹고 외할머니댁에서 올라오는 길에 도로 밖의 풍경을 보니 온통 산 천지였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로 산에서 오는 풀내음에 시원한 바람이 실려 오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때의 그 바람을 가만히 다시 느껴보면 답답하거나 짜증이 났던 내 마음이 한결 나아지면서 이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산림욕이나 등산 같은 것을 하고 난 뒤 남는 추억이나 배울 것이 많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산을 어른들은 왜 전부 없애려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나무가 풍성한 산이 둘러싸여 있는 곳도 있지만 반면에 민둥산이 둘러싸여 있어서 보기 싫은 곳도 있다. 그런 곳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내 마음까지도 허전해지는 것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심란해지면서 눈을 감게 된다. 눈을 감고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곤 하는데 나무가 다 깎이고 뽑혀서 황폐해져버린 민둥산을 보면 오래가지 않아 그나마 남아 있던 산마저, 나무마저 사라진다면 나의 아련하게 남아있는 그 추억도 산과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아서 겁이 난다.
그렇다고 산에 집을 짓는 것마저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산을 깎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는 없는 걸까? 지금처럼 계속해서 집을 짓기 위해 산을 깎아 내린다면 나와 나 이외의 산에 대한 기억이 있는 많은 사람들과 달리 후손들은 산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없을 뿐더러 나무가 울창한 지금의 아름다운 산을 나무 한 그루 없는 적막한 민둥산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집을 짓는 것도 인간을 위해 빼놓지 못할 중요한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는 것은 생각을 하고, 감정이 있는 인간에게는 중요한 일이기에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 더 열중해야 할 것을 명심해야 할 듯싶다. 만약 산업화가 조금만 더 우리나라에 일찍 와서 벌써 산이 없어졌다면, 내 추억은 물론이거니와 산림욕도 없을 것이고 등산으로 몸매를 가꾼다는 연예인이나 등산동호회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뿐만이 아니라 산에서 자라나는 식용작물들, 야생동물들도 다 멸종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1년 전 그날 점심에도 올라왔던 나물반찬이 없었을 거라는 상상에 치가 떨린다. 소중했던 추억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산을 보존하는 일에 힘써야겠다. 꼭 식목일만이 아니더라도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심는다면 1년 전과 같은 추억이 내년, 내후년에는 또 다른 추억으로 나에게 다가올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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