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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구곡산이 맺어준 우정
  • 입상자명 : 이 민 경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는 민족의 명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밑자락에 위치한 ‘덕산’이라는 작은 농촌 마을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곳엔 비록 지리산보다 낮고, 유명하진 않지만 덕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구곡산’도 있다. 내가 구곡산에 처음 올랐을 때는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소풍으로 구곡산에 가게 되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하는 등산이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또, 이곳으로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곡산이라는 이름도 생소할 뿐더러 아는 것도 없었다.
어느덧 소풍날이 다가왔다. 소풍 전날 학교에서 친구와 구곡산을 올려다보았는데, 너무 높은 것 같다며 내가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나에게 그다지 높지 않다며 안심시켜주었다. 어제 친구의 말에 구곡산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소풍이라는 설렘을 안고 힘찬 발걸음으로 산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했다. 구곡산 입구에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는데 그 암자의 이름은 도솔암이다. 이 암자는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고요하기 때문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입구에서 조금 걷다보면 큰 바위가 나오는데 바위의 중앙으로 물이 흐른다. 산을 오르기 위해선 이 바위를 지나야 한다. 물줄기가 산속에서부터 반짝이며 지나가는 걸 보니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졌다. 바위를 지나면 대나무 숲길이 펼쳐지는데 이 길부터가 진정으로 자연과의 만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길은 자연적으로 생긴 길로서 이곳을 들러간 많은 등산객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 흔적을 따라서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산속은 우리들의 시끌벅적함으로 채워졌다. 처음엔 힘차고 씩씩하게 떠들며 걷던 우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차서 그런지 말소리들이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못 가겠다며 뒤처지는 무리들이 발생했다. 그 무리 중에 나도 끼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먼저 가버리고 뒤처진 우리들은 잠시 쉬기로 했다. 산속은 고요했다. 귓가를 울리는 새들의 노랫소리, 피부에 와 닿는 기분 좋은 바람과 머리를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자연의 냄새가 나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의 놀란 외침이 들렸다. 그 외침을 따라가니 청설모가 보였다. 학교 주변에서도 보았던 청설모가 산속에서 보니 새로워 보였다. 산속을 시끄럽게 하던 게 누구인지 보러 온 것처럼 청설모는 우리를 한번 보더니 멀리 가버렸다.
한참 청설모가 간 길을 보고 있었는데 먼저 갔던 친구들 중 몇 명이 다시 내려와 처진 우리들을 잡고 이끌어 줬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걸어갈 생각을 하니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그래서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겠냐는 나의 말에 날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는지 아직 한 마디도 나눠보지 못 했던 친구가 나와 함께 가겠다고 아이들을 보냈다. 그 순간 고마우면서도 말 한 마디 나눠보지 못해서 어색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친구는 오랫동안 알아왔던 것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나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아직 친해지지 못했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며 반 아이들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그러다 친구가 잠시 멈춰 서서 내려다보라 했다.
처음 산에서 본 덕산은 정말 작아 보였다. 다 돌아보지 못 했던 덕산을 이렇게 한 번에 보았다. 저 세상은 이곳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따라올 수 없었다. 친구와 다시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여 걸어가니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정상에 가까워졌다. 내 몸 같지 않던 다리도 아이들의 소리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정상에서 아이들은 전부 아래를 보고 있었다. 늦게 합류한 우리도 힘든 걸 잊고 바위에 서서 정상의 힘을 맘껏 느꼈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거 같았다. 이제 하나 둘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데 나 혼자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날 도와줬던 친구가 내게 손짓하며 같이 먹자고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아이들과도 꽤 친해졌고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우린 빨리 친해졌다. 우리들은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나무들 사이에서 점심을 먹은 뒤 이곳에서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도 찍고 한참 자연을 느끼며 놀다가 내려갔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던 때와는 다르게 좀 더 수월했다. 친구들과 즐겁게 내려오는데 친구가 이번 새해 일출을 구곡산에 보자고 말해서 우리 모두 그러자며 산에게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하산했다.
난 봄소풍 이후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지금까지도 친구들과 구곡산엘 간다. 그 때 이후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자주 가지는 못 하지만 난 산에 오를 때마다 참 고맙다고 말한다. 나에게 자연을 알게 해주고 너희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어느덧 우린 중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옆에 있는 덕산고등학교로 함께 입학을 하고 이젠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참 힘들었던 시험과의 싸움들과 대학을 결정하는 데 있었던 많은 문제와 고민들을 난 친구와 함께했다. 친구는 자신의 일처럼 여기저기 같이 알아봐주면서 내가 대학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줬다. 또, 자신 없어 하는 내게 힘을 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항상 나를 웃게 해주는 친구. 항상 나를 도와주고 힘을 주는 친구를 만나고 알아가는 일은 내게 참 소중한 일이라 생각한다.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고 친구의 일이라면 제일 먼저 손을 들 수 있는 인연을 만들어준 산에게 참 고맙다. 서로를 도와가며 힘들게 오르던 구곡산의 자연을 느끼기 위해 우린 다시 구곡산에 올라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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