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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나의 감기약, ‘산'
  • 입상자명 : 김 경 연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에취, 에취!”
나의 기침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에휴, 넌 매일 감기를 달고 사는구나.”
엄마는 나에게 감기약 두 알을 건네주시며 말했다.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나는 주위환경에 매우 민감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감기에 걸린다. 또, 먼지를 마시게 되면 쉴 새 없이 재채기를 한다. 그리고 땀은 얼마나 많이 흘리는지. 그야말로 몸 전체가 골칫덩어리다.
나는 이곳 둔산동으로 얼마 전 이사를 왔다. 나의 공부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정든 집과도 헤어지려니 너무나 속상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일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사를 와보니, 둔산동은 내가 살던 동네와는 달리 교통도 더 편리하고 생활에 편리한 시설이 더 많았다.
그런데 며칠 후였다. 나는 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매우 심한 감기증상에 두드러기까지 동반한 알레르기였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다가 걸려서 그랬는지 증상은 더욱 심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잠잠하던 감기가 왜 하필 지금인지 기가 찰 따름이었다. 게다가 이번 감기는 얼마나 지독한지, 나는 몇 달간이나 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엄마는 감기약을 수도 없이 사 오고 나를 쉬게 했지만, 나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수단을 써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나를 산에 데려가기로 했다. 나는 감기에도 걸렸는데 내가 싫어하는 산까지 데려간다니, 기겁을 하며 반대했다. 그렇지만 막상 올라가니 내가 제일 좋아했다. 나는 초록빛 풍선을 가득 가져다 놓은 듯한 나무들에 넋을 잃었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반기는 듯했다. 또, 맑은 물이 조르르 흐르는 계곡을 보니 마음이 뻥하고 뚫리는 듯했다. 내 몸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공기였다. 매캐한 매연이 가득한 도시의 공기만 마시다 산에 오니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듯 코끝이 알싸해지는 게 느껴졌다. 몸 한가득 숨을 들이마시니 바람이 내 안에 들어와 춤을 추는 것처럼 가벼워짐을 느꼈다. 산에 있으니 집에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산에서 마법 같은 현상을 겪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쉴 새 없이 재채기를 했는데. 산에 올라와서는 한 번도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집에 돌아가서 감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전에 살던 동네에서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은 게 아파트 뒤의 작은 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아니, 소중한 산, 나무, 식물들 덕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산에 다녀와서 나를 감기에 걸리지 않게 도와주던 산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산은 내가 모르는 동안 내 뒤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부모님이 산에 가자고 할 때면 투정을 부리곤 했다. 또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는 등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속담처럼 산을 미워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또, 속상했다. 여태까지 내가 소중한 산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니 안타까웠다.
산은 나만의 비밀 감기약이 되었다. 그때 이후로 우리 가족들은 내가 아플 때마다 함께 등산을 가고는 하였다. 산은 내 친구이다. 내 가족이다. 산은, 내 비밀 감기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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