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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숲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 입상자명 : 김 혜 수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인터넷을 하다가 한 포털사이트에 크게 걸린 배너 광고에 시선이 꽂혔다. ‘2008, 그린캠프 여고생 모집’, 그린캠프가 무엇일까 궁금했던 나는 사이트에 접속하였고 프로그램에 반한 나머지, 즉시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1988년부터 진행된 이 캠프는 전국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체험을 통해 숲과 자연의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미래의 환경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자기소개를 쓰는 란에 내 자신을 환경과 숲, 곤충에 관심이 많은 여고생이라고 썼으나, 돌이켜보면 내 자신은 환경보다는 눈앞의 편리함을 우선순위로 두는, 벌레가 징그럽고 무서운 평범한 여고생 중 하나였다.
그린캠프 참가자로 선정되고 OT에 참가하며 설레는 마음에 캠프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지만 이 짧은 3박4일간의 캠프가 나의 숲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 놓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자꾸 숲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아직도 캠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첫날은 전국단위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처음 만나 어색함이 주를 이루었다. 무엇을 해도 어찌나 어색하던지….
하지만 강원도 양양군 오대산 어성전, 너무 깨끗하고 맑은 자연환경 덕분이었을까? 그날 밤, 조별활동을 하면서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았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모두 하나가 되어 있었다. 숲은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이곳에서, 우리들은 새롭고 신선한 체험들을 하며 자연스럽게 숲에 동화되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이곳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잠자리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시에서는 흔치도 않거니와, 온갖 도구를 동원하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던 그 잠자리들이 우리를 친구로 여기는지 자꾸만 달라붙었다. 나중에는 잠자리가 날아다니면 우리가 손을 내밀고는 ‘잠자리 조련사’라며 깔깔깔 웃었다.
저녁시간에는 나방과 나비, 하늘소와 사슴벌레 박제본을 관찰하고 곤충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방과 나비가 이토록 다양한 종이 있는지도 몰랐고, 하늘소와 사슴벌레가 무조건 징그럽다고 생각했었던 내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벌레 체험을 하고 난 후에는 등에가 지나가도 무덤덤하였다. 정말 자연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다.
새소리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숲에서 들리는 것이 여러 종의 새의 합창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새소리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할머니댁에서 항상 듣던 소리가 멧비둘기의 소리였다니….
둘쨋날부터 본격적인 필드스터디가 시작되었다. 필드스터디는 총 6개 과목으로 구성된 시간으로, 각 분야의 교수님들이 우리가 체험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시간이었다.
‘숲과 토양’ 시간에는 낙엽의 분해과정과 물 흡수력 실험을 했다. 숲이 댐 기능을 한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니 감탄사가 이어졌다. 이 흙이 1cm 생성되는데 1세기가 소요된다니…. 무수한 역사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숲과 물’ 시간에는 계곡의 유속과 온도를 재보고는 과제물로 담아갔던 집 주변의 하천 물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급수의 물에서만 서식한다는 날도래와 강도래를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숲과 감성’ 시간에는 우리의 느낌을 추상화로 그려내었고, ‘숲과 산림’ 시간에는 숲 관리의 필요성, 나이테 측정법, 삼각함수를 이용한 나무의 높이 재는 법을 배웠다.
‘숲과 대기’ 시간에는 나의 생활패턴으로 우리 가족의 CO₂생산량을 측정하는 게임을 했는데, 일 년에 600그루의 낙엽송을 심어야 한다는 결과에 깜짝 놀랐다. 내가 환경오염의 주범이었다니…. 아마 장거리 통학으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량이 많아서일 것이다. 앞으로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마지막 시간은 ‘숲과 나무’ 과목이었다. 나무명칭의 유래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오감을 이용한 나무의 이름유래에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숲에 대해 공부하고 알게 되니까, 숲의 작은 것까지도 보이기 시작했고 소중하게 와 닿았다.
그 밖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숲속 콘서트, 장기자랑, 캠프파이어….
숲에서,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울창한 나무들과 함께해서 캠프의 즐거움이 배가 된 것 같다. 도시와는 다른 별이 촘촘히 박혀 있는 밤하늘에 황홀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3박4일이 이토록 짧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으니…. 캠프를 마치는 날, 우리는 숲지키미가 되자는 선서를 했고 나도 다섯 가지 실천 공약을 되새겼다.
너무도 값진 경험이었고, 유익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여고생들의 가슴에 피어 오른 ‘열정’ 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모두들 열의가 뜨거웠고 적극적이었다. 이 캠프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내 관심 밖에 있었을 숲, 자연, 풀, 벌레, 나무…. 하나하나 열여덟 뜨거운 나의 가슴 속에 품어 본다. 그리고 외쳐본다. 사랑해!
휴대폰은 터지지도 않고, 간식이라고는 옥수수와 감자가 전부인, 인터넷 또한 되지 않던 문명과는 떨어진 곳이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가고 싶다. 그리고 다시 자연과 교감을 이루고 싶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끼리 등산가자고 부모님께 제안해야겠다.
숲에 대해 알게 되고, 인식이 바뀌니 숲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제라도 숲의 가치를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느낌과 감정을 변치 않고 숲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숲아! 고마워. 네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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