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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우리 기억 속의 산을 사랑해야…
  • 입상자명 : 신 민 아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난어릴 때 부모님이 두 분 다 일하러 다니셨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컸다. 할아버지댁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가지곡의 시골집이다. 그 집은 무엇보다 울창하게 나무로 뒤덮여 있고, 꼭대기는 바위로 가득했던 칠보산이 인상 깊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곳이다. 흔히 ‘칠보산’하면 영덕군의 그곳을 생각하기 일쑤인데, 내가 어렸을 때 나의 비밀기지였던 ‘칠보산’은 조금 더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 본다고 호언장담하고 산으로 들어갔다가 풀쐐기에 쏘여 울면서 돌아오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랑 함께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께서 바위를 잘못 디뎌 넘어지셨던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도 할아버지 내외께서는 그곳에 살고 있지만 칠보산은 내 기억 속의 그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다.
이번에 추석을 맞아 할아버지댁에 내려갔다왔다. 사방역에서 길모퉁이를 돌면 할아버지댁이 있는 칠보산이 바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처럼 그 칠보산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픈 적이 없다. 왜냐하면 10년쯤 전에 등산객이 버린 담뱃불로 인해 칠보산은 벌거숭이산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최초 발견자였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하고 있는데, 산 중간쯤에 있는 절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절에서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나오는 길에 본당에서 고양이가 울어서 무심결에 위를 쳐다봤는데 산꼭대기에서 노란색 아니 주황색 같기도 한 무언가가 보여서 풍선이 날아갔나보다 했었다. 그런데 조금 뒤에 다시 보니 더욱 커진 듯하여 할머니께 말씀드리니 조금 뒤에 집 뒤에 있던 텃밭의 물을 퍼다 뿌리고, 나중에는 119 헬기까지 물을 가득 담아 와서 산에 뿌렸었다. 산불은 초기대응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칠보산이 그렇게 많이 타버린 것이 내가 빨리 어른들께 말씀드리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어린마음에 ‘별거 아니겠지’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이 큰 불로 이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칠보산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지난 10년간 나무심기도 많이 해서 지금은 자그마한 나무들이 줄을 지어 자라나고 있지만, 예전의 그 울창하고 아름답던 칠보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는 어릴 때 나무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인 줄 알았다. 산불이 나기 전까진, 나무들은 원래 생겨나길 그렇게 크고 울창하게 생겨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산불이 나고 이미 10년이 지났는데도 새로 심은 나무들 사이에는 황토색의 산의 속살이 훤히 내보여진다. 아름다운 우리의 산들이, 어린시절 나뭇가지에 긁혀가며 컸던 그 추억의 장소가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에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뉴스를 보면 산이 훼손되는 것은 거의가 담뱃불로 인한 것이 많다고들 한다. 조금만 규칙을 지켜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산불이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사람들은 흔히 ‘꺼진 줄 알았던 담뱃불이 불을 냈다.’라고 하기도 하던데, 꺼진 담뱃불도 다시 보는 그런 관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이 불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불을 켜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산에서 불을 쓸 일이 뭐가 있나? 어차피 산은 취사금지 구역이고, 담배 한두 시간 안 핀다고 죽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 조그마한 실수 때문에 누군가의 기억 속에 아름다웠던 풍경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한 것 같다.
국토의 65%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마음속에 산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웬만한 교가에도 산 이름은 하나씩 들어간다고 하니 그렇게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내가 가는 모든 산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소중한 산이라고 생각하고, 아니라면 나의 기억 속의 아름다운 산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대한다면 아름다운 우리의 산들이 사라져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로 인한 산림의 훼손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자기의 산을 지키고, 남의 산을 지켜준다면 우리 국토의 산들은 모두 아름다운 모습을 후대에까지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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