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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내 마음속의 산과 나무
  • 입상자명 : 유 연 미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 친할머니께서는 꽃 가꾸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할머니댁에 가보아도 베란다 앞에는 화분으로 가득하다. 때론 우리 집에서 시들어가던 화초들도 할머니의 손길만 닿으면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릇푸릇해진다. 마법의 손이라도 되는 듯싶다. 하도 신기하여 할머니께 여쭈어보았더니 그건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 하고 식물도 자기를 아껴주는 손길을 안다고 하셨다. 정말 그래서 그렇게 잘 자라주는 걸까? 우리 할머니께서는 체격이 작으시다. 마르신 편이며 겉으로 보기엔 연약해 보이신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께서는 시간이 허락할 때면 산을 오르신다. 작은 체구에 힘이 드실 것 같은데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고 하신다. 전에는 건강하셔서 높은 산에도 많이 오르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가까운 동네에 있는 산에 오르신다. 하지만 그 산도 꽤 높은 편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산에 오르시는 할머니를 난 정말 존경한다. 할머니께서는 산 정상에 오르시면 온갖 고생한 게 속 시원히 날아가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나에게 말씀하신다. 산은 할머니에게 위안을 주는 곳인가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산은 달랐다. 징그러운 벌레들과 너무나도 험한 산길, 폭포수같이 흘러내리는 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던 이번 여름 방학기간 동안 우리 집에서 가까운 천마산이 있어 무더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식구들과 함께 계곡을 찾아 산을 오르게 되었다. 계곡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리를 잡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계속 오르다 우리 식구는 계곡 맞은편 그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돗자리를 폈지만 그 밑으로 지나다니는 벌레 때문에 나는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쪼그리고 앉아 김밥을 먹는 나를 보신 엄마는 그냥 편히 앉으라고 하시며 별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내 동생은 그새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신이 나 있었다. 그런 동생을 보다 나뭇가지에 여러 종류의 종이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건 중국집 광고지였다. 그 전단지는 나뭇가지 사이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쭉 걸려 있었다. 정말 여기까지 배달을 오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정말 신기하게도 자장면 배달이 왔던 것이다. “자장면 배달이요!” 하고 외치는 아저씨의 소리에 엄마께서는 쓴웃음을 지으셨다. 나뭇가지 사이의 전단지도 바람에 날리며 쓰레기가 될 텐데 저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도 너무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산속에서 이러한 일을 보니 우리 산이 얼마나 사람들에 의해 힘들어 할까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들은 쓰레기를 걷어오며 오늘 있었던 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내가 정작 이 산에 도움을 줄 수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방법으로 남은 기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산을 오르며 보이는 쓰레기를 걷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할머니의 도움으로 산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방학 마지막 날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도 심었다. 할머니께서 구해주신 밤나무였다. 남양주에는 산에 밤나무들이 많다. 할머니께서는 열매도 맺어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라고 밤나무를 가져 오신 거라고 하신다. 그 나무에게 이름도 지어주었다. 이름은 푸름이다. 이 산을 푸르게 지켜주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난 이 나무가 30년, 40년이 되어도 건강하게 자라 사람들에게 큰 정자나무처럼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홍수가 나면 든든하게 막아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우리를 지켜주는 파수꾼들이 우리의 산속을 빽빽이 지켜준다면 우리의 건강은 물론 자연의 생태계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방송을 보면 새로운 신도시 개발로 인해 아파트나 공장, 도로나 터널들을 만들기 위해 산을 밀어버리는 것을 보았다. 어떤 경우는 나쁜 사람들이 몰래 나무를 베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언젠가는 내가 심은 나무도 이렇게 베어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나무의 아픔이나 소중함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나무도 하나의 생명이며 살아 숨 쉬는 존재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카리브 해의 한 섬에 있는 나라의 일이다. 아이티라는 곳은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숲에 있는 모든 나무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반면 도미니카 공화국은 아이티와 달리 숲을 보존하는 정책은 펴고 있어 항상 푸른 모습만 볼 수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도 계속 나무를 베어 버린다면 나무도 우리에게 앙갚음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 앞에선 정말 나약한 우리가 그것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선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있어도 나의 작은 바람은 오늘은 우리 할머니께서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었으면 좋겠고 이 다음에는 내가 할머니와 함께 산에 올랐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어 손자, 손녀와 함께 가까운 곳에서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꿈을 만들려면 내가 먼저 실천하여 산을 아끼고 가꾸어 나의 자손에게 남겨주어야 그 아이들도 자신들의 마음속에 산을 가꾸고 지키는 작은 마음속의 실천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의 집 뒤에 있는 그리 높지 않은 푸른 산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속의 아름다운 산과 나무를 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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