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입선 봉대산 이야기
  • 입상자명 : 안 원 빈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토요일 오후 엄마와 언니와 함께 ‘봉대산’으로 산책을 갔다. 내가 살고 있는 울산에는 방어진이란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동네가 있는데, 그 곳에서 조금 더 가면 넘실거리는 파도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멋진 산이 손짓을 하는 그림 같은 장소가 나온다.
원래 ‘봉대산은 우리 조상님이 사시던 옛날에는 봉화를 피워 올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나라에 전쟁이나 급한 일이 생기면 서울에 있는 궁까지 빨리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말을 타고 가거나 사람이 직접 달려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불을 피워 긴박함을 알렸다고 하는데, 바로 그 중요한 일을 담당하던 장소가 봉대산이었다.
엄마의 설명을 듣고 도착한 산은 생각보다 높지가 않고 너무나 아담하고 앙증맞고 예뻤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 편하도록 여러 가지 시설들이 많았다. 자갈을 깔아 놓은 산책로에는 맨발로 지압효과를 받아 건강해지도록 신경을 써주었고, 산길에 놓여 있는 시를 적은 나무판들은 손님을 맞는 주인처럼 포근하고 따스했다. 가족들이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맨발로 사각사각 걷기도 하고, 나무들 사이로 들어온 햇살과 함께 시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울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뿌듯하고 신났다.
그러나 봉대산이 지금 모습이 되기까지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저지른 불에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 산은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새까맣게 변하고 말았다. 산을 뒤덮었던 나무들과 산새들 그리고 동물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고 자취를 감추어야 했던 것이다. 사람의 실수로 생긴 결과는 엄청난 자연의 파괴를 가져오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되돌려지는 일이 생겼다.
봉대산이 불에 타고 나자 나무가 만들던 맑은 공기가 사라지고, 비만 오면 흙이 무너져 산사태가 나고, 빗물이 동네를 휩쓸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그때서야 알게 된 마을 사람들과 울산 시민들과 관공서에 계신 분들이 마음을 모아 산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잿더미로 가득한 산에 작지만 소중한 나무를 심고, 자갈을 깔아 산책로를 만들고, 아름다운 시로 길을 꾸며 봉대산을 새롭게 만드는 일에 동참을 했다. 혼자가 아닌 모두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산은 예전보다 더 푸르고 시원하고 상쾌한 모습으로 울산의 자랑으로 우뚝 섰다.
작지만 알찬 봉대산의 제일 자랑거리는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한눈에 바다가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파도소리가 소나무 숲을 따라 노래를 하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귀가 기울여진다. 엄마와 언니와 손을 잡고 걸으며 재미있는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읽었다. 등산 장비를 챙겨 높은 산을 오르
는 일도 참 보람되고 좋겠지만, 가족들과 높지 않은 산길을 나란히 걷는 일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좋았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 있기에 더 값지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가족이 함께했다는 기쁜 추억을 만들었기에 오늘의 산행은 영원히 기억될 것만 같다. 멀리서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포근하게.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