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우면
머리를 깎았을까?
스님을 좋아해서
머리를 깎았을까?
포클레인 미용사가
공짜로 해줬다는데
왜 싫어할까?
거울을 봤나?
제 머리 만져봤나?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버럭!
민둥산이 화를 낸다.
내 얘기를 들어봐.
겨울에는
추워서 벌벌 떨고
여름에는
빗물에 내 살 다 깎아준다.
심심해도
동무 삼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고,
내 머리 장식하며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
몸 간질이며 뛰어다니는 토끼 한 마리 없다.
민둥산의 유언은
‘포클레인 만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