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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토끼야 미안해
  • 입상자명 : 임 소 연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여름이 계절 깊숙이까지 걸어와 있었다. 우리 가족은 뒤늦은 휴가를 서둘러 대관령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다시 대관령 고개를 넘어 도착한 대관령자연휴양림은 때 묻지 않은 시골길 같았다. 길 옆의 산이 허물어진 곳에 구멍을 뚫고 사는 청호반새를 보았을 때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꼭 사진이나 그림에서 나온 것 같은 예쁜 새였다.
휴양림에 도착해 관리소에 데크 사용료를 지불하고, 관리소 왼쪽으로 올라가자 오토캠핑장이 나타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나무밭 사이에 놓인 데크 하나를 차지했다. 식수대와 멀리 떨어지지 않고, 뒤로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엄마는 산에 올라가고 싶었는지 빨리 텐트를 치고 산에 올라가자고 하셨다.
텐트를 꺼내서 얼른 쳤다. 다들 여기에서 편하게 휴가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텐트를 빨리 치고 끝내려 했을지도 모른다.
아빠와 동생, 남자 두 명이 밥을 해놓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 언니, 나는 산에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산에 조금 올라가서 아빠와 동생이 잘 하고 있나 보았다. 아빠와 동생은 평소에 묵찌빠를 하며 시끄러운데 묵묵히 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에 올라가던 우리들은 안심을 하며 뚜벅뚜벅 산을 올라갔다. 가다보면 숨어 있던 벌레들이 튀어나와 놀라기도 했다. 매미가 나무에 붙어서 맴맴 울었다.
산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니 나무들이 아주 많았다. 큰 숨을 쉬자 가슴이 툭 트이고 시원했다. 맑은 공기가 머릿속까지 시원했다. 서울에서는 맡을 수 없는 공기였다.
“왁!”
“깜짝이야!”
“너 무지 심각해 보였어. 그래서 깜짝 놀래켜 주면 무지 웃길 것 같아서.”
언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했다. 알려줘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것을 말해 줬더니 자기도 그렇게 해보았다.
산 정상에서 엄마,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 땅에 그냥 앉았다. 조금 전보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나무들이 바람이 불어 세게 흔들렸다. 언니가 나무들이 손을 흔드는 것 같다고 했다. 나무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무심코 땅에 털썩 앉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땅을 내려다봤다.
“으아아악!”
내가 싫어하는 개미가 그의 친구들과 사이좋게 행군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있나 했더니 얼마 전 비가 왔을 때 나왔다가 죽은 지렁이를 먹어치우려고 지렁이한테 달려들고 있었다. 지렁이가 불쌍했다. 하지만 불쌍한 것도 잠시, 언니와 같이 개미들의 행군을 구경했다. 개미들도 먹을 것이 어지간히 없었나보다. 지렁이에게 개떼같이 달려드는 개미떼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엄마, 언니와 같이 나무들 사이로 나무를 정해 술래를 두고, 3명밖에 없는 숨바꼭질을 했다. 주위가 대부분이 나무였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술래가 못 보면 숨는 장소를 바꿀 수 있었다.
나는 덩치가 큰 나무를 발견하고 들킬까봐 뒤에 꼭 달라붙었다. 그런데 내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잿빛과 밤색이 약간 섞인 것 같은 큰 토끼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친 것이다. 토끼도 나도 놀란 눈이었다. 그런데 토끼가 더 빠른 판단을 내렸다. 눈을 마주친 것도 잠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나는 숨바꼭질도 잊고 토끼를 따라 뛰었다.
언니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잠시 후 뒤쪽에서 언니가 큰 소리로 뭐라 말해 뒤를 돌아봤다.
토끼는 순간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언니가 흥분해 소리 지르는 곳엘 뛰어가 보니 아직 눈도 안 뜬 새끼토끼 다섯 마리가 서로의 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나 때문에 달아난 토끼의 새끼들인 것 같았다. 언니가 만지려고 하는데, 언제 왔는지 엄마가 등 뒤에서 만지지 말라고 말하셨다. 사람냄새가 묻으면 엄마가 새끼를 싫어할지 모른다고 하셨다. 난 집으로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 놀라 도망친 엄마 토끼에게 미안해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다큐멘터리나 동물원에서만 보던 산토끼를 직접 볼 수 있어 무척 흥분됐다.
우리나라 산 속에 이런 동물들이 많이 뛰놀았으면 좋겠다. 인간과 산림과 동물이 즐거울 수 있는 산들이 많아지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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