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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산마을 산꽃세상
  • 입상자명 : 김 정 윤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늦겨울의 여유와 만흥이 봄빛에 녹아나며 보곡산골 골짜기는 꽃빛으로 봄을 틔운다. 봄이 되면 금산땅은 산꽃 세상이 되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인삼꽃은 작은 하얀 점으로 꽃이 피고, 산야는 다양종의 화려한 혼인잔치에 염정이춘색을 피워낸다. 자연의 문맹자가 되고만 현대인에게 산꽃축제는 세상살이 푸념이 성글성글 차오르며, 산향이 오감을 열어주는 금산땅에 눈길을 돌려 소중한 자연의 추억을 담아볼 만하다.
산꽃축제가 열리는 보곡산골은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과 국사봉, 산곡 간 사이에 있는 보광리, 산안리, 상곡리를 말한다. 녹두밭 웃머리라고 했던 땅으로, 토끼와 발을 맞추며 산다는 두메산골이다. 마을형성도 전란을 피하여 입향했던 사람들이 세거했던 피난처로 “오목지간의 피란지지”로 다섯 군데의 험준한 고개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봄이 되면 꽃 세상이 되어 고향의 봄 정서가 물씬 풍겨난다. 십여 년 전 민선군수가 환경에 관심을 보이면서 6백여만㎡의 산벚나무 군락은 국내최대의 자생지로 알려졌다. 산에는 산벚나무, 병꽃나무, 생강나무, 층층나무, 다릅나무, 물푸레나무, 국수나무, 신갈나무, 조팝나무, 때죽나무 등 수많은 종이 살고 있다. 또한 산딸나무의 군락지로 서식밀도가 매우 높다. 산딸나무는 단단하여 지게작대기로 최고로 ‘고자쌈’에서도 지는 일이 없던 나무였다. ‘고자쌈’이란 나무꾼들이 얼마나 심심하고 무료했으면 했겠냐만은, 먼저 다른 한 사람이 지게작대기를 땅에 박아 세운다. 그러면 상대방이 알코쟁이(Y자로 갈라진 부분)를 작대기로 힘을 다해 내려쳐 버리면 작대기끝이 뽀개지든, 부서지든 결단이 난다. 그러나 산딸나무 작대기는 고자쌈에서 끄덕도 없이 버티어주는 나무였다. 보곡산골은 생태환경이 건강하여 많은 수목과 지피식물인 양지꽃, 제비꽃, 산자고, 풀솜대, 윤판나물, 금낭화가 처처에 터잡고 살아가는 자연생태공원이다.
귀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해인사에 보관하고 있는 「고려팔만대장경」 경판 중 64%가 산벚나무라고 한다. 산벚나무는 조직밀도가 치밀하고 갈라짐이 적어 조각, 가구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국궁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옛 문헌에는 산벚과 자작을 화목(樺木)으로 사용하여 대장경의 소재를 자작나무로 이해하여 왔다. 나비 역시 다양종의 많은 개체군이 살고 있다. 이곳은 남부와 중부의 점이지대로 종다양성이 풍부하고 축적량이 커서 나비연구의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보곡산골의 봄은 영춘목인 생강나무가 노란빛으로 툭 터지며 시작된다.
이어서 양지녘에 찔레순이 돋고 신갈나무가 앞서서 신록을 머금고 산록을 오른다.
이 때쯤이면 수백만㎡의 산속에서 자생하는 산벚나무의 꽃봉우리가 잔뜩 힘을 주며 터질 듯하다. 축제가 시작되면 갑자기 많은 차량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산 공간은 간간이 푸른빛이 차오르고 눈빛보다 더 희고 화사한 산벚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듯이 피어나면 그저 산하가 모두 꽃세상이 되고 만다. 눈은 꽃으로 차고, 마음은 꽃으로 덮이고 마는 것이다.
산벚꽃으로 가득 차버린 산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관광객들은 “산벚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이 산 속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산벚나무의 자생지이다. 산꽃축제장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수종의 군생지에 따라 조팝꽃동산을 이루고, 진달래동산, 생강동산이 꽃을 피운다. 이렇게 초목의 세간을 들여다보듯이 관심을 가지면 자연과 하나로 동화되는 길이 된다. 이런 산길을 걷다보면 산꽃세상의 이름처럼 ‘산꽃세상’ 정자에 오르게 된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히 꽃들의 정열로 가득 차 있어, 꽃들의 반란으로 일어선 것 같다. 이 때쯤이면 동네사람들은 관광객에게 밀려 동네를 내어주고 만다.
산꽃축제의 구성에는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문화를 공감하는 좋은 소재가 된다. 보곡산골에서는 지게상여놀이가 행해져 왔다. 산에 나무하러 갔던 동네사람이 심심해서 지게를 길게 맞대어서 구성지게 맺고 풀며 상여놀이를 해왔다. 지금이야 지게조차 귀한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한 시대를 뛰어넘는 상여놀이는 산골마을에서 느끼는 흥미진진한 만흥이다. 또 마을 뒷산 산록을 거슬러 오르면 두 아름을 차고 넘는 산제당 소나무가 있다. 지표부의 껍질은 귀갑을 이루고 줄기는 용틀임으로 가지로 오르며 수간을 넓게 펼치며 빼어난 자태로 긴 세월을 지키고 있다. 매년 정월이면 산제를 드리며 마을의 안녕을 축원했던 곳이다. 산제당에는 손품에 들어오는 작은 철마를 모셔 호환을 막았다고 한다.
산꽃축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축제기간으로 축제기간은 미리 정해지지만 산벚의 개화기는 기후에 따라 달라지므로 산벚꽃의 짧은 화기가 축제기간과 제대로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축제가 먹고 마시며 눈으로 보는 축제라면, 산벚꽃축제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마음이 열리며, 가족과 연인의 따스한 손정이 꽃기운에 어지럽게 훈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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