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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내산편백자연휴양림 숲속학교
  • 입상자명 : 장 현 재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남해는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 섬이다. 섬 하면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연상할 것이지만 삼동면 내산은 골이 깊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 입지 조건에 산들은 편백나무로 뒤덮여 어머니 젖가슴처럼 골을 이루며 끊임없이 푸름과 맑은 물을 쏟아내고 있다. 그 향기로운 맑음이 흘러 다다른 끝자락에 고사리들의 꿈을 키우는 터전이 있다. 그곳 운동장은 진종일 아이들을 기다리지만 비둘기와 새소리만 주인이 된다. 어쩌다 체육시간이면 새들은 기다렸다는 듯 재잘거림을 싣고 한 고개 넘어 바닷가 물건방조어부림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갈매기의 지휘로 파도소리와 화음을 맞춰 신록보다 더 감미로운 합창을 시작한다. ‘음’ 꿈의 대화!
유월 초! 온 산하는 푸름으로 넘치고 실려 오는 훈풍은 앵두를 농익게 한다. 교실은 잠에서 깨어나고 아이들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숲속학교를 생각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그 날을 손꼽는 반짝거림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가는 곳은 내산편백자연휴양림이다. 그곳에서 사흘 동안 장소를 바꾸어 교실에서 못 다한 공부를 하게 된다. 학교를 출발하여 화천(花川)을 따라 봉화삼거리에서 내산마을로 접어든다. 들길을 지나 좁은 길로 들어서자 더 짙은 고요함과 푸름으로 둘러싸인 내산저수지가 나타난다. 댐처럼 넓은 수면엔 산이 거꾸로 보이고 햇살은 포플러 잎사귀처럼 반짝거린다. 그 풍경은 경북 청송의 주산지에 버금간다. 사십 년 넘게 태를 묻은 곳에 살고 있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늦봄 초여름의 내산편백림은 초경을 시작하는 소녀의 아픔과 성숙한 여인네의 자태로 유혹의 손길을 사방에서 내민다.
드디어 아이들은 여러 겹의 능선으로 둘러싸인 학습장에 도착한다. 팔십여 명의 전교생들은 한 동기 간처럼 감싸며 정해진 방으로 흩어진다. 잠시 고요가 흐르는 동안 시선을 포개진 산 주름 너머 공제선에 고정시킨다. 하늘과 맞닿은 곳엔 엷게 낀 연무가 한낮의 열기를 말하고 있다.
산속에서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뻐꾸기며 산새가 귀를 간질이고 학교를 벗어난 자유로움이 기분을 한층 더 돋운다. ‘이런 깊은 산 숲속에 오면 시인이 되는 거야!’ 편백휴양림 속에서 아이들은 시인으로 태어나기 시작한다. 하얀 도화지를 주자 나무, 새, 숲속학교 등등 떠오르는 것을 그림과 함께 꾸미기 시작한다. ‘숲속학교 / 우리 학교 / 언제나 다니고 싶어요!’마음이 행복하니 표현도 저절로 된다.
한쪽에서는 ‘아이쿠’하는 소리가 연방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구절양장(九折羊腸)처럼 매인 밧줄을 따라 잠행이 시작되었다. 안대가 원망스럽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하려고 한다. 눈의 소중함을 알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깨닫게 된다. ‘풍덩풍덩’ 조금 떨어진 물놀이장에는 개구쟁이들의 물놀이가 시작됐다. 한낮의 햇살이 꽤 두터워 더위를 느낄 즈음, 계곡물을 모아 만든 물놀이장은 아이들에게 천국과 다름없다. 밖으로 나오라 하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늘, 구름, 바람도 머물고 간간이 잠자리도 돌고 간다. 물놀이 모둠 선생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편백 향기처럼 퍼진다. “선생님, 지렁이도 보고 사슴벌레도 봤어요.” 자연관찰탐구활동을 한 아이들이 신기함 반 호기심 반으로 자랑거리를 쏟아낸다. 시골에 살지만 아이들의 생활반경이 좁아지다보니 이런 경험을 더 신기해한다.
샌드위치 만들기와 다도(茶道), 원어민 선생님과 숲속영어교실을 보낸 아이들은 저녁밥 준비로 바쁘다. 나무들도 순차적으로 성장하듯 모둠활동에서도 고학년들이 동생들을 챙기며 한 끼를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꿈은 적어지고 물질이 중요시되는 세상이지만 여기에서 체험한 베풂과 협동의 소중함을 종잣돈으로 갖고 나간다면 세상살이는 좋아질 것이라고 혼자 중얼거려본다.
산속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어스름지는가 싶더니만 별들이 한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손전등을 챙겨 야간산행을 시작한다. 희끄무레한 비포장 산길이 윤곽을 드러내고 별빛은 한 주먹씩 길 위로 쏟아진다. 밝은 날이었다면 먼 산길을 소화해 내기 어려웠을 것인데, 어둠의 긴장과 친구들과 꼭 잡은 손, 별빛, 소쩍새 소리의 응원으로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밤바다와 불빛은 지난날의 반성과 새로움을 그리게 해준다. 그 새 밤하늘은 무수한 야광사탕을 박아 놓은 것 같다. 한 개씩 뽑아 맛을 본다면 어떨까? 아마 달콤한 맛보다는 새콤하면서 차가운 얼음 맛이 날 것 같다.
어둠에 묻혀 내려오는 길!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이지만 산길 가장자리 풀섶 여기저기에 반짝임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어둠 속 반짝임의 정체가 반딧불이인 것을 알고는 무척 신기해하며 호기심이 발동하는 눈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봐야 제격이란다. 어둠 가운데 한 줄기 빛을 우리에게 선물해 준 반딧불이를 고맙게 생각하자. 아이들은 풀냄새, 이슬냄새를 마시며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꿈속에 젖어든다. 싸늘한 아침공기와 안개, 산새의 합창소리가 금빛 햇살에 자리를 비켜주며 새 날이 시작된다. 편백숲 길을 따라 나비생태공원으로 간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보며 아이들은 산과 나무, 자연의 소중함을 새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좀더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역력하지만 내년을 기약한다.
오늘 티 없이 자라는 아이들은 가을 하늘같이 투명하다. 산새는 아이들이 숲과 나무에게 받은 속삭임을 뻐꾸기에게 전하고, 뻐꾸기는 갈매기에게 전할 것이다, 그리고 하늘은 반짝이는 동심의 합창을 수평선에 펼치고 파도는 어부림에 부딪혀 수정 같은 포말을 일으킬 것이다.
나무와 숲, 자연의 소중함을 언제나 잊지 말자고…. 그 섬 아이들의 외침은 태평양을 건너 온 지구촌 사람들에게 숲과 자연의 소중함을 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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