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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지리산 시편
  • 입상자명 : 김 찬 순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봄 햇살들 활시위 팽팽히 당기는데,
탱크 뚜껑 같은 그루터기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재선충에 병든 몇 그루의 소나무 숲속에서
팔이 잘린 상이군인처럼 고로쇠나무 몇 그루도 서 있었다.
돌무지에 모가지가 눌린
풀들이 비명을 질렀다.
살갗이 벗겨진 음나무와 팽나무도 신음을 뱉고 있었다.
절룩절룩 발목을 절면서
걸어내려오는 전나무들이
잠시 등 굽은 나무 등걸에 기대서
구름 흐르는 하늘을 오래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안개붕대를 칭칭 감은
지리산 무릎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혼불이 일렁이듯
진달래 철쭉꽃이
맞불처럼 번져가고
총구멍처럼 송송
옹이가 빠져 나간
고로쇠나무 숲에서
우윳빛 아침으로 세수한
이슬들이 툭툭
지리산 이마 위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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