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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락산, 도서실
  • 입상자명 : 변 삼 학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밤 독서를 즐기는 이슬이 다녀간 나뭇가지마다
침 바르고 읽은 흔적이 촉촉하다.
벌써 산새들, 오리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낭독소리
숲가에 무덕무덕 핀 망초들이 경청한다.
바람은 키 큰 느릅나무에 앉아 팔랑팔랑 책장 넘기는
속독의 바람이 계곡의 물소리와 손잡고 합주를 이룬다.
도서관 맨 윗자리로 내려온 흰 구름,
향나무에 앉아 긴 수염으로 향내 맡으며 묵독 중이다.
어느 등산객은 제비꽃 방석을 깔고 앉아
표지가 하얀 자작나무 펼치고 주줄주절 그늘을 읽는다.
이곳 도서관은 대여를 해주지 않는다.
표지가 예쁜 미니 북을 절도(竊盜)해 가는 이를 본다.
연지 솔 같은 엉겅퀴꽃을 뿌리 채 뽑아가는가 하면
주근깨 아가씨, 산나리와 주렁주렁 복주머니를 달고 있는
금낭화 등, 야생화가 서가에서 뽑혀나간다.
도서관 사서인 태양은 보고도 못 본 척 눈을 감아주지만
뽑힌 서가의 빈 무덤에 눈물이 고일 듯 움푹움푹 아프다.
음이온 문장들로 빽빽한 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언제 불량한 독자가 책갈피 한 장 북 꺾어갈지
표지에 예리한 칼, 펜으로 기념비 같은 낙서를 해댈지,
전날에 그어놓은 숱한 낙서의 흔적이 몸피마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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