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나무의 눈물을 본 적이 있습니까?
화마(火魔)에 휩싸인 생사의 기로에서
자작 자작 타 들어가는 소나무의 몸에서 흐르는
저항의 눈물
주검의 눈물
생존의 눈물
그 소나무의 눈물을 보셨습니까?
그 옛날 일제(日帝)가 그어놓은 상처의 아픔처럼
소리 없이 흘리는 눈물
당신은 그 소나무의 눈물을 보셨습니까?
아비규환(阿鼻叫喚), 소나무들의 외침을 들었습니까?
눈물이 마르고 바싹 타들어가 더 이상의
눈물도 흘리지 못하던 그 지옥의 현장
저는 보았습니다.
두 눈 뜨고 차마 못 볼 그 처참한 광경을 목도했습니다.
참으로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소나무의 눈물을
다시는 소나무의 눈물을
보아선 안 되겠다는 것을
우리의 자손들에게
뼈저리게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반만년 이어온 소나무의 역사를 끊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소나무 민족이며 소나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화마(火魔)에 타는 소나무의 눈물에 제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당신은 애끓는 소나무의 눈물을 보았습니까?
미인송(美人松), 금강소나무의 눈물을 보았습니까?
다시는 보지 말아야할 검은 눈물을,
산불로 사라지는 소나무들의 절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