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물빛 바람이
무지갯빛 햇살을 물고 마패봉을 넘을 즈음
곤줄박이 텃새는 예쁜 목소리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조령골 관문을 열었다.
속세의 짐 하나씩 어깨에 짊어진
문밖에서 기다린듯한 사람들이
저마다 물살에 밀려 와서는
산 속으로 노도처럼 빨려 들어간다.
석양빛 보다 더 고운
아름드리 붉은 결 고운 노송이
푸른 하늘을 열면 물빛 바람은
물고 온 고운 햇살을 바다색 보다
더 푸른 드높은 솔위에 떨어뜨렸다.
조령골 골짜기에 부챗살 무늬로 엷은 햇살이 펼쳐지면
소원성취 돌탑에는 온갖 꿈이 가득 하였고
아주 오랜 옛날 용이 하늘로 올라간 팔왕폭포 계곡에는
수천년의 전설이 살아나 넓은 하늘을 하나 더 담았다.
병풍처럼 펼쳐진 천길 기암절벽위에 사람들이 있었고
그 아래 숲속 청운의 오솔길에도 있었다.
산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이 여기 저기에 있었다.
허리가 휘어지도록 머리를 쑥내민 물박달 나무도
종일 물속을 기웃거렸다.
늦은 오후 산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사람들이 나온다
무거운 욕심도 없어 보였고
고달픈 고뇌도 없었다.
속세의 짐을 훌훌 털어 버리고
마술같이 밀려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