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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할아버지의 소중한 친구
  • 입상자명 : 김 지 나 경기 평택 송탄제일고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할아버지! 저 학교 다녀올게요.” 오늘도 어김없이 달리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녀석, 또 지각이구만!” 저 멀리서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나는 지금 지각을 모면하기 위해 또 산을 가로질러 뛰고 있다. 이 산은 내가 지각했을 때마다 이용하는 나만의 지름길이다. 실은 나뿐아니라 이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면 꼭 한 번씩은 지나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돌아서 가지 않아도 이 산 하나면 10분이 걸리는 거리도 5분이면 가능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를 끼고 있는 이 산은 산이라고 말하기 어색할 정도로 낮고 작다. 말이 산이지 실질적으로는 동네 주민들의 쉼터나 다름없다. 우리 할아버지의 쉼터이기도 한 이곳은 예전부터 할아버지와 오랜 정을 나눈 소중한 친구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집에서 많이 외로워하시던 할아버지는 언제부턴가 이 산을 오르기 시작하셨다.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항상 새벽 일찍 일어나서 조용히 집을 나가셨었다. 내가 학교를 갈 때쯤이면 산 중턱 정자에 앉으셔서 땀을 식히시며 지각하는 나를 보고 한마디씩 하시곤 하신다. 처음 등산의 시작은 나와 함께였다. 아마 내가 초등학교 때 일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외로워하시던 할아버지를 위해 아빠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셨다. 그 특단의 조치는 바로 손녀딸과의 데이트였다. 원치 않은 등산을 아빠의 강요로 오르게 되었다. 어릴 때여서 나에게는 너무나 커 보이던 산을 오르라고 하니 가장 먼저 심술이 나서 입부터 나왔던 것 같다. 그때도 힘들게 산을 오르다 중턱의 정자를 보고 앉아서 땀을 식혔었다.
헥헥 대며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께서 입을 여셨다.
“지나야 할아버지 어릴 때는 친구들과 항상 산을 지나서 멀리 있는 학교를 걸어가곤 했었단다.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정자에서 친구들과 누워서 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땀을 식히곤 했었지.” 여전히 물만 벌컥대며 손부채질을 하는 나를 보고 웃으시곤 말을 이으셨었다. “우리 손녀 덕분에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옛 생각이 나는 구나. 그렇게 더울 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어 보렴. 도시에서와는 다른 산뜻한 공기가 바로 이 산이 가지고 있는 신비함이란다.”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는 지그시 웃고만 계셨었다. 그때 이후였다. 할아버지의 운동화에서 발 냄새와 흙속의 풀내음이 풀풀 풍기게 된 것이 말이다. 매일같이 오르는 산 때문에 할아버지의 운동화는 물론 발도 멀쩡할 날이 없으셨다. 그만큼 할아버지에게는 산이 소중했었다. 봄이면 예쁜 꽃을 찍어 오셨고, 여름이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내시면서 시원한 약수물을 떠오셨다. 가을에는 손을 다치시면서도 밤송이를 꼬박꼬박 주어 오셨었다. 우리 집 옆에 자리한 이 작은 산은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우리 동네의 쉼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곧 운동센터 건물이 들어오면서 산을 깎아 만들게 되었다는 기사가 났기 때문이다.
그때 알았다. 산의 소중함을 말이다.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지만 없으면 그 빈자리를 느낀다는 말이 무엇인지 새삼 느꼈다. 지금은 공사 시작으로 산에 오를 수 없게 막혀 있다.
그 앞에 앉아 할아버지는 하염없이 산을 보시고 오시곤 한다. 나 역시 아침마다 지나던 길을 갈 수 없게 되자 산에서만의 공기가 그리워지고 있다. 이제야 느끼게 된 산의 고마움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고마워 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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