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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함께 사는 산
  • 입상자명 : 김 별 전북 김제서고 3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저 멀리 산이 보인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들이 나를 반기는 것 같다. 산에 가까워질수록 나의 기분도 들뜨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산의 푸른 기운들이 나에게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들린 산은 예전 모습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산에 올랐다. 햇빛은 산에 가려 보이지 않고 단지 푸른 숲과 새소리, 나뭇잎 소리와 나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나무는 울창하게 서 있었다. 단단한 몸둥이와 길게 뻗은 가지 때문에 넓고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지면서 서로 어우러져 멋진 광경을 만들어 냈다. 키가 작은 나무든가, 키가 큰 나무든가, 상처가 난 나무, 가지가 한쪽 꺾인 나무 등 구별 없이 서로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인간관계도 이처럼 하나의 숲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 각자의 개성들이 뭉쳐 숲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숲은 자기의 자리에서 함께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준다. 마치 가족처럼.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게 된다. 어쩔 때면 아주 사소한 문제로 싸우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몰라주고 서운해지기도 한다. 엄마와 나는 그럴 때가 많다.
“방 좀 치워 딸~.”
“알겠어~ 이것만 하고.”
“너, 이것만 하고 한 지가 벌써 한 시간이 지났어! 컴퓨터 그만 안 꺼?”
“알겠다고! 치우면 될 거 아니야!”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엄마 말을 조금 더 이해해주고, 잘 들어주면 좋았을 것을 나는 그때마다 불퉁불퉁하기만 했다. 그럴 때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해서 나는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나의 이 옹졸한 마음들이 풀어질 거 같아서…
그런데 정말로 산에 올라 보면 여기 저기 있는 나무들. 새들, 시원하게 들리는 계곡 소리,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말소리가 정말 시원하게도 내 가슴을 뻥 뚫어주고 간다.
사람이라는 건 모두 개개인이지만 이 산속에 함께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나무처럼 엄마와 나도 한 사람 한 사람으로써 개개인이지만, 엄마와 나로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자주 오르는 산이지만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갈 때면 언제나 숨이 차다. 여기저기 있는 나무들에게 의존하면서 헉헉대며 산에 오른다.
그리고 그 힘겨움을 이기고 정상에 오른 느낌은 마치 세상을 다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나라도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으로 가득 찬다.
공부할 때도 그렇다. 특히 시험기간. 시험기간에는 밤을 새서 공부하는 애들이 참 많다. 잠이 많은 나는 그렇게 못하지만, 새벽까지 열심히 하다 보면 모두들 선의의 경쟁으로 눈이 초롱초롱하다. 나만 졸린 건가, 나만 힘든 건가, 하다 내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한다. 비록 언제나 하는 공부지만 시험기간에는 특히 힘들다. 점수가 딱 나왔을 때는 잘한 건 아니지만 내가 해냈다는 안도감과 끝까지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산에 오를 때 드는 힘겨움과 정상에 오를 때 뿌듯함, 언제나 힘든 공부지만 다했다는 이 기쁨 때문에 공부에 힘이 든다 해도 조금은 기쁘다.
산은 자기 자신의 모든 걸 아낌없이 주는 거 같다. 무자비한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가도 아이들이 나무에다가 장난을 쳐도 어지럽혀도 산은 그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속이 깊은 사람 같다. 나도 이 산처럼 남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며, 속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저기 있는 키 크고 웅장한 나무는 내 친구 같다. 그 친구는 마음이 넓고 배려심이 많다. 새가 와서 둥지를 틀어도, 넝쿨이 얽혀도,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돼도 있는 그대로 모든 걸 받아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러나 그 옆에 키 작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는 마치 나 같다. 작고 고집 세고, 혼자인 나무. 큰 나무에게는 언제나 새가 와서 지저귀고, 가끔씩 다람쥐나 여러 동물들이 왔다 가지만, 키가 작고 볼품없는 나무에게는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모든 걸 다 수용하고 이해해주는 내 친구는 주위에 사람이 끊기질 않고 항상 즐거운 듯이 있지만, 그에 비해 나는 친한 친구들끼리만 말을 하고 지낸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는 친구가 가끔씩은 부러웠다.
산에서 내려온다. 다시 햇빛이 보이고 지나다니는 여러 사람들도 보인다. 키가 155cm인 나도 산에서 내려오니 나무를 따라 180cm은 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등산을 함으로써 언제나 나는 배워 가고 얻어 가는 게 많다. 산은 언제나 나에게서 출발 때부터 내려올 때까지 마음의 키를 자라게 해주는 신비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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