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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원순이의 슬픔
  • 입상자명 : 안 서 희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쿨쿨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으아하, 무슨 소리야?”
고개를 빠꼼히 내미니 몸집도 크고 이상하게 생긴 물체들이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게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나를 보았는지 “원숭이다”라고 외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 철퍼덕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엄마께서는 당황한 나머지 급히 뛰어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놀라니?”
“덩치 크고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손에는 나뭇가지를 든 물체들이 있어요.”
“물체가 아니라 사람이야, 가까이 가면 큰일 나니 조심하거라.”
나는 궁금했습니다. 왜 엄마께서 위험하다고 무섭다고 하는 것인지….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난 뒤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다돌이, 꿀벌이, 참순이, 참돌이, 고슴도치 모두 모여 놀 채비를 합니다.
“얘들아, 놀자.”
“히히,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
아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하지만 나랑 둘도 없이 아주 친한 다돌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얘들아, 다돌이는 어디 있어?”
“아, 다돌이 몸이 안 좋다고 못 논다고 했어.” “아, 정말?” “응, 몸이 많이 아프대.”
다돌이는 감기에 걸려서 놀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돌이가 없어서 마음이 허전하고 아팠지만, 남은 친구들과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았습니다.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습니다. 숲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노는 숨바꼭질은 더없이 좋은 놀이입니다.
“가위 바위 보.”
“야, 원순이가 술래다.”
“아싸, 나 술래 아니다. 야호!”
“치, 빨리 숨어, 나 30초 센다.”
친구들은 발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다 숨었지? 찾는다.”
“다 숨었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숲에 울려 퍼졌습니다. 낮잠을 자던 곰달이 아저씨가 눈을 흐물렁하게 뜬 채로 말씀하셨습니다.
“원순아, 아저씨 잠자니까 저리로 가서 놀아.”
나는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나무 틈새 웃자란 풀 사이로 고슴도치의 뾰족뾰족한 털이 가시처럼 서 있었습니다.
나는 살금살금 고슴도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그때 이상한 굉음이 고막을 찢을 듯이 들려왔습니다.
속이 메스꺼웠습니다. 허겁지겁 나무 위로 올라가 밑을 보았습니다. 큰일이 났습니다. 산자락에서 커다란 기계가 산을 뭉개고 있습니다. 나는 숨바꼭질을 하다말고 허겁지겁 마을 어른들께 달려갔습니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헉헉, 저기 둔치골에 이상한 기계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산을 먹고 있어요.”
“정말이야? 큰일이구나, 또 인간들이 살 아파트를 지으려나 보다. 어서 마을회의를 열어.”
마을 회의가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두 눈이 둥그레진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들어왔습니다.
“큰일입니다, 저 밑 둔치골에 사람들이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어서 이사 가야 해요. 여기까지 저 크나큰 기계들이 올라올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 내 한평생 살아온 이 마을을 떠나! 난 절대 못 간다.”
우리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살아오신 정들었던 땅을 떠나고 싶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그럼, 며칠 지켜보고 결정을 하도록 해요.”
그 일을 지켜보면서 마을 사람들은 매일매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아휴, 큰일이다. 저 기계가 올라오면 우리 모두….”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이라곤 땅이 꺼지도록 한숨 쉬며 산 밑의 기계들이 움직이는지 안 움직이는지를 살금살금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시간이 흐르고 기계들이 머리를 돌려 우리 마을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다시 마을 회의가 긴급하게 소집되었습니다.
“결국, 기계들이 몸을 돌려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그럼, 이제는 모두가 떠나야 하는 건가요?”
“네,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 부둥켜안고 슬퍼했습니다. 다돌이의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엉엉, 가기 싫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허겁지겁 시끌벅적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 옛날 생각을 새록새록 기억해내며, 짐을 쌌습니다.
봄이면 사르르 녹고 있는 얼음을 먹고 그 얼음이 녹으면 파랗게 드러나는 열매를 따먹고, 파릇파릇 새싹이 오랜만에 나와 즐겁게 인사를 했습니다. 여름이면 새빨갛게 익은 열매를 친구들과 함께 따먹고, 시원한 냇가에서 물장구를 쳤습니다. 가을이면 낙엽 아저씨들이 붉게 단풍잎을 물들였습니다. 겨울이면 소복히 쌓인 눈 속으로 파고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눈싸움도 했습니다. 이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나는 밤하늘 별에게 소원을 간절히 빌었습니다.
정들었던 마을인데, 세상에 하나뿐인 푸르고 푸른 마을인데….
“반짝반짝 작은 별아, 우리가 이사 가는 마을에는 공기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나무도 많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지금처럼 이상한 굉음도 들리지 않아서 다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작은 별을 그윽하게 올려다보았습니다. 작은 별은 내 간절한 소원을 들었는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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