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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벌거벗은 증조할머니의 산소
  • 입상자명 : 임 다 은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자그마한 산도 많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어제 우리 가족은 운동도 하고 소화도 시킬 겸 저녁 산책길을 나섰다. 한 30분쯤 걸었을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산모퉁이를 막 들어서는 순간 다리로 공포 영화를 본 듯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모퉁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했다. 그 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냉장고 안처럼 시원하고, 향기로운 꽃향기와 시골의 정겨운 소똥냄새가 나를 반갑게 반겼다. 어두컴컴한 길을 달빛에 의지한 채 우리 가족은 열심히 이야기하면서 걷고 걸었다. 그러다 아무 곳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희귀한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레이저를 쏘듯 어여쁘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가족을. 만화영화나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그것도 내 눈 바로 앞에서 보게 되다니. 나와 아빠는 반딧불이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시던 엄마는 숨이 넘어가게 깔깔대셨다. 그리곤, 38년 동안 살며 눈앞에서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처음 보셨다고 하신다. ‘38년을 살며 반딧불이조차 보지 못하셨다니…. 이렇게까지 환경이 파괴됐던 걸까?’ 엄마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는 아빠가 뉴스를 보시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다은아! 그린벨트가 뭔지 아니?” 나는 그린벨트가 뭔지는 알아도 정확한 의미는 몰랐기에 다시 되물었다. “그게 뭔데요?” 아빠의 대답을 통해 그린벨트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린벨트란 시가지의 과도한 팽창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도시 주변에 설정한 녹지대라고 한다. 어제 다녀온 그 마을도 그린벨트로 지정한 곳이라고 하셨다. 나는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불과 30분밖에 되지 않는 거리인데 완전히 다른 세상 같았어. 내 방 창밖은 아파트로 가려져 답답한 풍경뿐인데….’ 근처에 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참 기분 좋고 왠지 뿌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곳이 그린벨트로 지정될 만큼 자연이 훼손되었다는 건지 참 안타깝다.
문득 몇 년 전 증조할머니 산소에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의 산소는 깊은 산속에 있었다. 할머니께선 살아생전 워낙 화초 가꾸기와 꽃구경을 좋아하셔서 산에 모셨다고 한다. 산소 가는 길은 험난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맑은 공기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다. 산소에서 간단히 성묘를 지내고 나면 산소 주변에 떨어져 있는 밤을 배낭 한가득 주워 오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재수가 좋으면 가끔 도토리를 까먹고 있던 다람쥐도 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공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몇 달 전, 우리 가족과 외할머니는 증조할머니의 산소를 다시 한 번 찾았다. 우리는 모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기도 맑고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곳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소 주위의 나무는 모두 잘렸고 옆에는 골프 연습장과 김 공장이 들어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산을 깎아 다른 공사를 하느라 너무 시끄러웠다. 산소 주위에 그렇게도 많던 다람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가방 한가득 가져왔던 밤도 이제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외할머니와 우리 엄마는 한참을 말씀 없이 눈물만 펑펑 쏟아내셨다. 경치 좋은 곳에서 잘 계시리라 믿었던 할머니 산소가 너무도 외로워 보여 나도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참, 사람들 너무한다. 그 아름답던 산을 몇 년 되지도 않아 벌거숭이로 만들어 놓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일하는 거 보면 속도가 엄청 빠르단 말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나무가 수백, 아니 수천 그루는 있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벌거숭이로 만들어 놓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내 마음은 슬픔과 안타까움과 안 좋은 생각으로 순식간에 가득 차 버렸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고 나면 다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니 영원히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우리 모두가 숨쉬고 살아가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슬퍼진다.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아빠와 뒷산에 내 나무를 심기로 약속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내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처음 실천하는 일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미래에 우리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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