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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관악산에 걸린 추억
  • 입상자명 : 권 명 림 서울 신림고등학교 1학년
  • 입상회차 : 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명 림아, 좀 천천히 가라. 원 녀석도. 힘이 남아도는구나.” “글쎄요. 좀 두고 봐야겠죠.” “훗훗.” “아이참 빨리들 오라니깐.” “알았다. 알았어.” 그때 당시 나는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단순히 엄마 아빠보다도 더 빨리 앞장서 있고 싶다는 이상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는 개구쟁이 4살이었다. 단지 그 이유로 산에 오를 때는 항상 나 좋아라 제일 먼저 앞장서 날뛰곤 했는데, 금세 힘들다고 아빠의 바지를 붙잡고서는 안아달라고 떼를 썼다고 가끔 부모님이 말씀을 하시곤 한다. 여느 부모님과 다를 바 없이 내 부모님도 자식을 앞에 두고서 지나간 기억을 되새기며 이런저런 추억을 회상하신다. 팔꿈치만한 것이 어느새 이렇게 커버린 것이 아쉽고 기특해서인지, 과거의 순간을 기억하며 지금의 고난을 잊으시려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꼭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다짐까지 받아놓은 약속은 금세 잊으시면서도 가슴속에 박아놓은 앨범은 언제나 잊어버리시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엄마가 무심결에 하신 산에 대한 이야기도 앨범 속에 박아놓은 영상들 중의 하나이다. 지나간 몇 년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들에 대한 상처 때문에 쉽게 찾아가지 못했던 관악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니 듣는 나는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로 의외의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나도 엄마의 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과장일지 모르지만 관악산은 나에게 제2의 쉼터인 집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집과 가까워서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부모님은 주말마다 항상 관악산을 찾으셨고, 내가 태어난 후에도 산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데리고 산을 자주 찾으셨고, 내가 큰 후에도 같이 가곤 했으니 지극히 당연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관악산이라는 곳이 친근히 느껴지는 몇 개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이름에 있다. 내 이름은 밝을 명(明)에 수풀 림(林)인데 아빠는 내가 태어난 후에 이름을 짓기 위하여 한 달 동안 고민을 하시다가 관악산 정상에 올라서 굴곡진 산등어리와 푸르게 뒤덮인 나무들, 아름다운 주변의 경치들을 보시며 지으신 것이라고 하셨다. 뜻을 풀이하면 산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드는 ‘밝은 숲’이 되는데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에 있었다. 하지만 이름,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내가 관악산을 좋아했을까? 물론 세상의 모든 산들과 자연들을 사랑한다. 관악산이라고 해서 편애하는 것도 아니며 각 사람마다 각기 다른 특성이 있듯이 산들도 저마다 다른 특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마음에 드는 산을 고르라면 고를 수 없는 고달픈 선택의 문제에 포함되기도 한다. 나는 사소한 일에도 항상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한다. 그래서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에도 내가 잘한 것인지 의문을 품으면서 고민을 하곤 한다. 이러한 것들을 나는 고달픈 선택의 문제들이라고 부르는데 산에 갈 때면 이 목록들 하나하나를 나뭇가지에 걸어 짐을 덜어오곤 했는데 그곳에 추억까지 걸어놓고 왔을 줄은 나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5살 때 동생이 생기고 아빠께서 해외로 발령이 나서 가족끼리 외국으로 가야 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가는가보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뚜렷하게 기억이 남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가족끼리 관악산에 들렀다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부모님도 그 산에 정을 붙이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흘러 또 다시 이 산을 찾았으니 몇십 년의 세월 동안 가족의 향이 깃들어 있는 곳이 바로 관악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말 많은 시간들이 흘러 내 모습이 변한 것처럼 관악산의 모습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돌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물가가 호수공원으로 인해 많이 손상된 점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사실 여름이면 찾아가 물놀이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예전 같지가 않아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내 자신은 변해도 산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라도 아직 그곳에 가면 옛 추억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딱히 관악산이 아니라도, 어느 곳에서든지 한두 개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감동적인 추억 영상들이 얼마나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힘이 되어주는지 작은 보물 꾸러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추억이 없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인데 나에게는 관악산에서 그 추억의 향을 맡고 떠올릴 수 있는 영상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여름에 비가 내리고 나면 탁탁한 물가가 투명하게 변해 햇빛에 반사되는 것도,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위하여 시멘트 바닥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목에서 주고받는 서로의 다정한 눈길도, 약수터에 촘촘히 밀집하여 줄 서 있는 사람들의 기다림들도, 아빠와 함께 걸터앉은 바위들, 아름다운 경치 아래 엄마가 좋아하는 아담한 벤치, 동생과 멋모르고 뛰어 논 배드민턴장, 그리고 내 보금자리의 지붕인 산꼭대기. 그리고 그 길들을 이어주는 나무들. 심지어 숲의 맑은 공기와 비옥한 토양으로 어느 곳에 사는 것들보다 활력이 넘치는 개미들까지도 관악산 곳곳에 스며들은 나의, 우리 가족의, 아니 모든 사람이 관악산에 가지는 애정이 이 산을 존재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특히 관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정경. 비록 높다랗게 우뚝 솟아오른 높이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향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에 더욱더 정답게 느껴졌다. 그래. 그랬었지. 엄마는 쓸쓸한 미소로 여운을 남기신 채 서둘러 빨래를 걷으셨고 나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알록달록 파랑으로 물들었고, 시원하게 세상을 적셔준다. 이렇듯 세상엔 아직 변하지 않는 무한한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 왜냐하면 가족의 사랑이 담긴 관악산이라는 공간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들바람이 살랑 나무를 흔드는 풍경 속에 지금도 상큼하면서도 정다운 향내가 나는 추억이 곱게 걸려 있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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