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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추억 속의 숲
  • 입상자명 : 편 예 리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할머니 생신을 맞이하여 우리 가족들은 외할머니댁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매번 내려갈 때마다 느끼지만 도시를 떠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할머니댁을 갈때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그곳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았고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과 새소리가 있어 정말 아름다웠다. 요번에도 난 멋진 자연경관을 기대하며 내려갔다.
창밖으로 본 마을은 별반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여전히 황금빛 논이 펼쳐져 있었고 맑고 깨끗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한 생각은 착각이었다.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처음 우리를 반겨주는 건 울퉁불퉁한 황톳길이 아닌 새까맣고 식어버린 아스팔트 길이었다. 그 냄새는 정말 역했고 머리가 아팠다. 그뿐이 아니었다. 울창한 숲이 있었던 자리엔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가 보였고 간간이 들렸던 새소리는커녕 포클레인 소리와 공사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뿐이었다. 그것만 바뀐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변해 있었다. 재개발 때문에 마을은 삭막해져 있었고….
1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많은 것들이 바뀌어져 있었다.
외할머니집에 도착해서 생신축하를 해드리고 난 할머니에게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 이 지역 다 재개발하는 거예요? 저기 뒤편에 산 깎고 아파트 엄청 많이 짓던데.”
“그래, 거기 네가 본 그쪽 전체 다 재개발된다더구나. 그 앞에 있는 논도 내년쯤엔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설 거야.”
“그럼 여기도 이제 신도시네요.”
“그렇겠지.”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다. 난 달갑지가 않은데 말이다.
외할머니댁을 떠나는 길에 재개발이 되고 있는 그곳을 들러보았다.
아직 나무들은 절반이 남아 있지만 깎여나간 산 자리에 파헤쳐져 있는 흙들이 얼마나 많이 깎여 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깎여나간 산 자리를 보았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난 내가 어렸을 때 놀던 추억의 장소가 그리고 그림 같았던 자연경관들과 새소리를 못 듣게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서운하고 감정이 미묘했다.
몇 개월 뒤에 오면 남아 있던 나무마저 다 잘려나가고 아파트가 들어설 곳들.
오랫동안 그 자리를 한결같이 지켜왔던 나무들을 재개발,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는 이유로 산이 허물어져 버린다는 것이 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환경오염을 줄이자, 나무를 심자….’ 이런 말들을 수없이 되뇌고 조화로운 세상을 추구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연과의 조화는커녕 나무를, 숲을 통째로 베어내고 있다니 이치에 맞지 않는 경우이다.
우리는 왜 조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일까? 이게 우리 인간이 그렇게 외치던 조화로운 세상일까? 이게 우리가 추구하는 조화로운 세상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조금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을 텐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어쩌면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조화로운 삶이자 행복한 삶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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